부실대출 뇌관 폭발에 유비무환 자세로 대비를
2023.05.07 18:46
수정 : 2023.05.07 18:46기사원문
가파른 금리인상, 경기침체 여파로 금융권 부실 우려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기업·가계 연체율은 이미 심상치 않은 수준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은행권 대출 연체율은 0.36%로 2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은 더 심각하다. 카드업계 1·4분기 연체율은 일제히 1%를 넘어섰다. 대부업체는 10%, 카드업계도 5%를 넘었다. 카드사 5%대 연체율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다중채무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특히나 자영업자들의 다중채무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70%가 다중채무인 것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대출을 늘린 자영업자 45만명 중 6만명 가까운 이들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저소득 차주였다. 시장 곳곳에 부실 폭탄이 잠복해 있는 것이다.
해외발 위기도 여전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퍼스트리퍼블릭 파산으로 끝이 아니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상업용 부동산 침체를 다음 리스크로 본다. 국내 금융사는 저금리 기조를 타고 최근 10년간 해외 부동산 투자를 급속히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사가 결성한 해외 부동산 펀드는 72조원으로 10년 새 14배나 증가했다. 부실의 뇌관은 금융사에도 잠재해 있다.
경기가 얼어붙으면 상환을 이행하지 못해 연체율이 급속도로 높아져 예기치 않은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은 부실이 한꺼번에 폭발하지 않도록 충분히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충당금을 넉넉히 쌓고 자본금을 확충하는 등 건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우량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