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최적요금제 추진에 난색.. "중복투자·과잉규제"

      2023.05.09 15:32   수정 : 2023.05.09 15:32기사원문

정부가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에 적합한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고지하는 ‘최적요금제’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지나친 규제이며 기존 통신요금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복 투자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적요금제, 9월 개정안 제출
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9월 법제처에 제출할 예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최적요금제 안내 의무화 조항을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계약 체결 시 이용요금, 약정 조건, 요금할인, 약정만료 등을 설명 또는 고지하도록 돼있다. 여기에 가입자 데이터 사용량 등에 맞는 요금제를 추천하는 내용도 추가한다는 것이 과기정통부 방침이다.


최적요금제 고지는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와 영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EU는 2018년 유럽전자통신규제지침(EECC)을 개정하면서 통신사 상대로 1년마다 최적요금을 고지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는 계약만료일 이전 뿐만 아니라 최소 1년에 한 번은 가입자에게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최적 요금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영국도 2020년 관련법을 고쳐 최적 요금제 고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중 무제한 요금제 사용 비중은 39.6%에 달하지만 이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50.4기가바이트(GB)에 그쳤다. 통신 3사가 최근 새로 선보인 중간 요금제의 50GB 구간은 월 6만원대인 반면 무제한 요금제는 8만원 이상이다. 다수 가입자가 최소 월 1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음에도 이를 인지 못한 채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초이스...또 투자 '중복'
하지만 통신사들은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화는 과잉 규제이자 중복 투자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럽 통신사들은 규제기관에 신고 절차 없이도 자유롭게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우리와는 자율성 면에서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2년 구축한 스마트초이스 사이트와 통신 3사 홈페이지에서는 이미 사용자에게 요금제 추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초이스 이용 경험률은 9%에 불과하다.
5G 요금제 다수가 10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함에도 스마트초이스에서는 데이터 사용량을 상세하게 설정할 수 없고 월별 사용량을 확인하고 입력하는 데 번거로움이 있어 사이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개별 사업자들이 자사 상품을 직접 추천하도록 할 경우 오히려 마케팅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스마트초이스 기능을 보완하고 정보취약계층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 사용량에 딱 맞는 요금제를 추천하게 된다면 매출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스마트초이스 등을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택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기업들이 직접 이런 걸 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원칙에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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