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누가 어떻게 하는가
2023.05.09 18:22
수정 : 2023.05.09 18:22기사원문
인사는 어떻게 하는가. 사람을 쓴다 하여 용인(用人)이라 하고, 일을 맡긴다 하여 임인(任人)이라도 하며, 그 양대 흐름이 용인유현(用人唯賢)과 용인유친(用人唯親)으로 분류되어왔다. 전자는 '능력'을 중시하여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기용하는 것이고, 후자는 '친밀'을 중시하여 가까운 사람을 쓰는 것으로 순혈주의나 끼리끼리 인사도 이에 해당한다. 리수시는 저서 '용인'에서 5000년 중국 역사상 조직이나 국가가 쇠퇴기일 때는 후자가 기승을 부렸다고 한다. 용인유현의 고전적 사례는 요순시대에 있었다. 요임금은 장남이 있었음에도 순(舜)을 발굴하여 양위했다. 그 순 또한 아들 대신에 신하들이 추천한 우(禹)에게 물려주었다. 용인유현은 상고시대 제왕의 정치교과서 서경(書經)에서부터 강조되었다. 그 열명(說命) 중편에 재상 부열(傅說)이 중흥조 은고종(殷高宗)에게 "다스림과 어지러움이 관리에게 달려 있으니(惟治亂 在庶官), 벼슬은 사사로이 친한 자에게 주면 안 되고 능력 있는 이에게 주시라(官不及私 惟其能)"고 가르쳤다. 오늘날 용인유현의 극단적 형태가 발탁인사다.
용인유친의 전형은 특혜인사다. 그 대표적 예는 집단 시리즈로 조선 후기 세도정치하의 편중인사다. 발탁인사는 업적과 역량을 보나 특혜인사는 피와 물로써 하는 인사다. 피는 혈연·지연·학연 따위이고, 물은 직역·직종·계파 등이다. 인사에서 피를 끊지 못하면 조직이 뒤틀리고, 물을 자르지 못하면 조직에 장애가 발생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면 망조로 이어진다. 용인유친은 집단사고(集團思考)의 함정에 빠지게 하고, 집단사고는 집단 독선으로 조직을 위기로 몰고 가는 주범이다.
발탁인사에도 그늘이 있다. 지나친 발탁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검증이 부실하면 위험하다. 그 사유가 분명해야 하고, 주위의 수긍이 필수다. 그러지 못하면 특혜인사로 간주되어 조직에 상처를 남긴다. 발탁에 수반되는 비극은 발탁자의 순간 오만에서 싹이 트고, 특혜의 비극은 수혜자가 비록 겸손해도 조직 상처가 치유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친자(親者) 찾기는 쉬워도 현자(賢者) 찾기는 어렵다. 유친은 쉬운 길이나 유현은 옳은 길이다. 쉽게 갈 것인가 옳게 갈 것인가, 개별 조직에서뿐만 아니라 나라 차원의 큰 인사에는 더 큰 따뜻한 가슴과 통찰이 필요하다. 임인유현은 데려올 때보다 떠나보낼 때의 배려가 더 중요하다. 인사는 따뜻한 가슴으로 냉철하게 하는 것이다.
전충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