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동원 댓글공작' 서천호 前 국정원 차장 2심서 감형

[파이낸셜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을 동원해 '부산 희망버스' 시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2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서경환,한창훈,김우진 부장판사)는 1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서 전 차장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앞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보다 형이 줄어든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급박했던 폭력 시위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감안할 때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고인이 오랜 기간 동안 경찰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점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했다" 양형 사유를 밝혔다.

서 전 차장 측이 일부 댓글에 대한 무죄를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16개 댓글에 대한 무죄 주장 부분은 작성자가 스스로 경찰임을 드러냈고 특별히 언론을 호도하려는 내용으로 보이지 않아서 무죄로 판단한다"며 인정됐다.

다만 경찰을 동원해 댓글을 작성·게시하도록 지시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서 전 차장 측 주장은 1심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시해 부산경찰청 소속 경찰관 234명으로 하여금 이 사건 댓글을 작성 게시하게 한 행위는 직무수행이라고 평가할 수 없어 보이기에 직권남용이라고 평가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법 4조에 의하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 경찰의 책무"라며 "국민에 의한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저해해 경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판시했다.

서 전 차장은 지난 2011년 부산경찰청장으로 재직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의 지시에 따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희망버스' 시위가 일어나자 경찰을 동원, 온라인상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1심은 "피고인은 조 전 청장의 지휘에 공감하고 부응할 목적에 따라 적극적으로 여론 대응을 지시했다"며 "피고인의 지시를 단순히 실무담당자가 조 전 청장을 보조하기 위해 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조 전 청장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 실형이 확정된 바 있다.

[e-mail]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