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도는 전세사기 특별법..'피해자 요건'도 합의 안돼
2023.05.10 17:12
수정 : 2023.05.10 17: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안 관련 논의가 쳇바퀴를 돌면서 통과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는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일부 보존하는 방안을 두고 양보 없는 기싸움을 이어가는데다 정부가 내놓은 피해자 인정 요건도 재심사하면서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다만 여야는 오는 16일 다시 소위를 열고 막판 협상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소위원장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가 종료된 후 "여야 모두 피해자들을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는 동의했지만 아직 (의견이) 다 모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소위는 정부여당안으로 김 의원이 발의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과 함께 심상정 정의당 의원·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세사기 특별법 등 3건에 대한 병합 심사에 나섰다. 지난 1일, 3일에 이어 세번째 소위 심시다.
여야는 이날도 피해자 인정 요건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애초 최대 쟁점이었던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방안'은 논의 선상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피해자들에게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날 논의된 구체적인 요건 등은 공유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회의가 끝난 후 "케이스가 워낙 다양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보상을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증금 일부를 국가가 돌려주자는 부분에 정부·여당은 분명히 반대 입장을 냈고, 민주당도 이에 대해 더 이상 논쟁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여당은 타 범죄 피해자나 취약계층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집단적으로 사기를 당한 사람들도 마음이 아프지만 개별적으로 전세 사기를 당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다른 사기로 인해 재정적으로 궁핍하신 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여당 안에 담긴 우선매수권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 방안 등 간접적 지원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오후에 다시 열린 소위에서도 같은 논의가 반복됐다. 심 의원은 소위 도중 기자들과 만나 "피해 대상을 나열식 합집합으로 만들어놓으니 의원실이 거의 상담소가 됐다. 의원들은 다양한 사례를 가져오면 정부는 수정안을 가져오는 일을 며칠째 계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는 몇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는데, 야당 측은 인정 요건을 '그 중 하나라도 충족할 경우'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또한 최우선변제금 제도를 활용해 보증금을 일부 보존하는 방안을 야당 측이 제시했으나 정부는 여전히 수용 불가 입장을 유지하면서 출구 없는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심 의원은 "최우선변제에 대해선 정부가 요지부동이며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했다.
여야가 아닌 정부가 법안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 또한 문제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심 의원은 "정부는 참고인으로 와있는 것인데 소위원회 심사가 마치 정부에 허락 받는 자리가 돼버렸다"며 "정부가 피해자들을 폭넓게 지원하겠다는 오픈마인드를 갖고 특별법 제정에 임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경계와 폐쇄적인 시각으로 '피해자 대상을 최소화한다', '혈세 투입은 안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사실이 아닌 것들도 프레임에 넣으니 비생산적 논의가 됐다"고 비판했다.
정부 측 관계자들이 빠진 뒤 일부 여야 의원들은 비공개회의를 이어갔으나 이날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는 위원들 주도로 협상을 이어가고, 오는 16일 소위를 열고 최종 결론 을 내리기로 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