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 “즐기세요, 노래할게요” 25곡 절창...‘데뷔 55주년’ 영원한 신화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넘버원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 꺼지지 않는 영원한 신화, 조용필” 팬들이 공연장에 내건 현수막의 글귀대로 ‘자칭 55세’ 가왕 조용필(73)은 세월을 비껴간 절창으로 3만5000명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한국 대중음악의 상징인 ‘가왕’ 조용필이 1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를 개최했다.

눈동자를 닮은 세트를 무대로 이날 2시간 넘게 이어진 콘서트는 불멸의 히트곡 ‘창밖의 여자’ ‘비련’ ‘바람의 노래’ ‘모나리자’를 비롯해 ‘찰나’ ‘세렝게티처럼’ 그리고 신곡 ‘필링 오브 유’까지 데뷔 55년을 관통하는 스물다섯 명곡의 향연으로 꽉 채워졌다.

봄밤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놀이로 ‘미지의 세계’를 열어젖힌 그는 말보다 노래로 소통하는 명창답게 “즐기세요, 저는 노래할게요”라며 그야말로 노래 폭격을 선사했다.

마지막 곡 ‘여행을 떠나요’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공연의 끝을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추며 환호했다.

이어 불이 꺼진 무대를 향해 앙코르를 연호하자 그는 작은 불을 밝힌 뒤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화답했다.

조용필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라고 노래했다. 이어 경쾌한 리듬의 ‘바운스’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고 “감사합니다”라며 팬들을 향한 사랑과 감사를 표했다.

이번 공연은 조용필이 2018년 50주년 공연 이후 5년 만에 개최하는 스타디움 콘서트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최대 5만명 이상의 관객을 들일 수 있는 이곳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솔로 가수로는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연 주역이다.

조용필이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것은 2003년을 시작으로 이번이 여덟 번째다. 특히 이날 조용필은 직접 제작한 ‘야광봉’을 전 관객에게 무료로 배포해 노래마다 중앙제어시스템을 통해 객석과 무대가 하나 되는 진풍경을 펼쳤다.

'창밖의 여자' 부르자 "오빠" 비명 터져 "평생을 여러분과 함께 해왔다"

그는 이날 “안녕하십니까”로 말문을 연 뒤 “평생을 여러분과 함께 해왔다”고 인사했다. 또 "제 나이 몇인 줄 아시죠? 55살”이라며 “저랑 노래하고 춤도 추고 마음껏 즐깁시다. 오케이?”라며 팬들을 반겼다.

앞서 그는 지난해 11월 신곡 ‘찰나’와 ‘세링게티처럼’을 공개하고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어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작년에 연습을 많이했지만 굉장히 떨리고 부푼 가슴을 어찔할지 몰랐다"며 "그러나 오늘은 여러분들이 많이 환호해주고 같이 노니까 좋다”며 한결 여유로운 상태임을 내비쳤다.

작년 콘서트에서 부르지 않아 팬들이 서운함을 표했던 히트곡 6곡도 준비했다. 특히 1980년에 발표한 1집 앨범 수록곡 ‘창밖의 여자’를 부르자 객석에서 “오빠” 소리가 비명처럼 터져나왔다. ‘비련’을 열창하는 섬세한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온몸에 전율을 안겼고, ‘친구여’로 넘어가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의 1순위 응원가 ‘돌아와요 부산항’와 ‘잊혀진 사랑’ 그리고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전곡 자작곡으로 채운 10집의 타이틀곡 ‘서울 서울 서울’까지 객석의 환호와 떼창이 이어졌다.

김이나 작사가의 재치 넘치는 가사가 돋보였던 ‘찰나’는 어깨를 들썩이게 했고, 재기발랄한 애니메이션 이미지와 함께한 신곡 ‘필링 오브 유’는 여전히 젊은 감각과 사운드를 보여주는 영원한 현역인 가왕의 현재를 증명했다.

이날 주경기장 인근은 이른 오후부터 인파로 가득 찼다. 친구, 부부, 모녀, 고부, 형제자매 등 남녀노소가 몰려들었다. 조용필의 커다란 등신대 이미지 앞에는 진을 찍으려는 팬들의 긴줄이 늘어섰고, '떙큐 조용필!' 피켓을 흔들며 팬심을 드러냈다.

이날 인천에서 남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한 50대 여성 관객은 "2주전 송골매 콘서트에서도 인파가 몰렸는데, 오늘이 더 장관이다. 역시 조용필"이라며 감탄했다.

한편, 조용필은 서울 공연 2주 뒤인 5월 27일 대구 스타디움 콘서트를 끝으로 이번 공연 일정을 마무리한다.

[e-mail]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