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기고픈 금호타이어엔 무관심, 가만있고픈 기아차 뒤흔들고

      2023.05.14 10:38   수정 : 2023.05.14 10:38기사원문
기아 오토랜드 광주의 정문 상징 조형물인 '비욘드 모빌리티'.(기아 제공)ⓒ News1


금호타이어. ⓒ News1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광주공장 이전이 시급한데 지자체나 정치권이 나서 도와주기보다는 이런저런 반대논리만 내세우고 있다. 이전작업이 한발짝도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광주공장 이전을 외부에서 언급하는 자체가 부담스럽다.

현재까지 회사에서 공장 이전을 검토한 적은 단 한번도 없는데 왜 자꾸 흔드는지 모르겠다."(기아 오토랜드 광주)

광주광역시 도심에 자리한 양대 제조사업장이 공장 이전과 관련해 지역사회서 묘한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정작 이전작업이 시급해 정치권이나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금호타이어 이전에는 모두가 수수방관하는 반면, 실현가능성 제로인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의 이전설은 선거철만 다가오면 단골메뉴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두 회사 모두 불만과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 소촌동에 자리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외곽으로 이전하는 작업은 4년째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못할 경우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금호타이어는 시설노후화로 생산성이 낮은 광주공장을 함평 빛그린산단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공장 이전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절차인 '공장부지 용도변경'을 놓고서 광주시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광주공장 부지의 용도를 개발이익이 큰 상업용지로 바꿔 매각해야 최소 1조2000억원에 이르는 이전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광주시는 위법소지를 들어 '선 용도변경'을 반대하고 있다.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지구단위계획 지정 대상지역의 조건을 '유휴토지 또는 대규모 시설의 이전부지'로 명시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요구대로 광주시가 광주공장 부지의 용도를 상업용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 공장을 비우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용도변경은 특혜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대주주인 중국 타이어기업 더블스타가 이전비용 마련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이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이전문제에 나서주길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소극적인 대처에 금호타이어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는 금호타이어 노조를 만나 '광주공장 이전 지원' 등을 골자로 한 공동실천협약을 체결했지만 당선 이후 이전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박병규 광산구청장 역시 선거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이전부지 일대 복합환승지구 조성' 등을 공약했지만 공약실현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광주공장 이전사업을 추진해 왔던 컨소시엄(투자사+건설사)이 최근 해산한 뒤 금호타이어 노조와 만난 박 구청장의 발언 역시 "이전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구두선에 그쳤다.

이처럼 공장이전이 시급한 금호타이어와 달리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잠잠할만하면 정치권이나 지역사회서 언급되는 광주공장 이전 발언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당장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규 국가산단 최종 후보지에 100만평 규모의 '광주 미래차 국가산단'이 포함됐고, 이곳으로 기아차 광주공장이 이전한다는 주장이 사실인양 터져나오고 있다.


산단에는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차·배터리 등 미래차산업을 집적할 예정이나 현 서구 내방동에 자리한 광주공장의 이전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게 기아의 입장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 사례와 같이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기아 광주공장 이전도 절차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가 하면, 현 광주공장 부지에 스마트 도시를 조성해 미래도시 구축 모델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면서 당혹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9일 이정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은 조선대 강연에서 "기아차 광주공장의 이전·확장을 위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선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 과정에서 기아차 광주공장의 이전 주장은 수차례 거론됐으나 그때마다 기아는 "회사 내부에서 광주공장 이전을 논의하거나 거론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기업의 경영활동과 관련해 정치권이나 지자체의 이같은 상반된 행동에 두 업체 모두 불만과 불편을 내보이며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발전을 위한 신중한 모드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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