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D-1...세계가 초조하게 결과 주목

      2023.05.14 15:53   수정 : 2023.05.14 15: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4일(현지시간) 실시되는 튀르키예 대선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국내적으로는 권위주의 통치가 강화되고 사법제도의 독립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서방국가와의 관계가 더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에르도안이 패할 경우 서방은 안도하는데 비해 러시아는 불안감에 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4년 집권 후 유럽 국가들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반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서방의 에너지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만약 에르도안이 재집권에 성공해 중임 대통령으로서 조기 대선을 실시할 경우 추가 5년 임기를 보장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30년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에르도안은 총리 재직 기간을 포함해 지난 20년간 다져온 통치 기반을 토대로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해지고, 자신이 추구해온 이슬람주의를 전면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번 대선에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6개 야당 단일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 국수주의 성향의 시난 오간 3명이 출마한다. 또 터키 의원 600명도 선출된다.

이번 선거는 세계 11대 경제 대국인 튀르키예의 물가가 40% 이상으로 높고 지난 3월에 발생한 강진으로 5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11개주가 피해를 입으면서 이재민이 증가한 상태에서 실시된다.

유권자 약 6400만여명이 투표에 참가하며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 거주 튀르키예 주민의 53%인 176만명이 이미 부재자 투표를 마쳤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클르츠다로을루의 지지율이 소폭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르도안, 치솟는 물가에도 금리를 내려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오히려 금리를 내리는 통화정책을 실시해 물가가 더 치솟았으며 연금 지급 규모와 최저 임금을 인상하는 식으로 대처해왔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과 상관없이 그의 지지층은 그동안 외교적으로 위상이 올라가는 등 국가 자존심을 높였다며 경제 정책 실패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발생한 강진에 대한 대처는 비난과 찬사를 모두 받았다.

에르도안은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에 제동을 걸어왔다.

그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유럽연합(EU) 가입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당 후보인 클르츠다로을루 CHP 대표는 지지자들로부터 튀르키예의 새로운 출발을 시작시킬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온건한 성향의 클르츠다로을루는 조용한 언변을 구하고 종교의 자유를 표방해 에르도안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더 개방을 추구하고 화합을 강조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르츠다로을루 매일 자택의 부엌에서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정책을 설명해왔다.

튀르키예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

유럽 민주주의 재단의 애널리스트 데미르 무라트 세이렉은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를 위한 마지막 선거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튀르키예 현대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튀르키예 젊은층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소속된 정의개발당(AKP) 집권 이전 같은 자유로운 생활을 원한다며 재집권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나 클르츠다로을루 모두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8일 2차 결선 투표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클르츠다로을루가 승리할 경우 유럽과 관계가 가까워지고 푸틴의 러시아와는 멀어질 것으로 보이며 정치범 석방과 종교와 언론의 자유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또 높은 물가상승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는 앞으로 길게는 수년간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10월 전년 동기 대비 85.5%까지 치솟은 뒤 둔화되고 있으나 4월 43.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뉴욕타임스는 서방국들이 튀르키예 국내 정치에 개입한다는 비난을 우려해 공식적으로 어느 후보가 승리하는 것을 원하는지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유럽 정치계에서는 에르도안이 패하는 것을 반길 것이라는게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강한 군사력을 가진 튀르키예가 이번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나토에서 계속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카이뉴스는 클르츠다로을루가 당선될 경우 유럽 등 서방국가와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순조로워지고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