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사기에 울분'.. 피해자 20명, 남부지검 앞 모인 이유는
2023.05.15 15:16
수정 : 2023.05.15 15:16기사원문
15일 오전 9시께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 앞. 흰색 하회탈·빨간 점프수트 차림의 20여명이 '사기꾼 구속', '빠른 수사 촉구' 등의 팻말을 들고 모여들었다. 이들은 부동산 투자 사기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이다. 유치권이 설정된 부동산 매수에 투자하면 1년 내에 수익금을 돌려주겠다며 홍보한 부동산투자전문업체에 투자금을 냈지만 모두 거짓이었다는 취지다.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 단체는 지난달 말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사기 및 횡령 혐의로 부동산투자전문 A사의 B대표 등 일당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기준 고소에 참여한 피해자들만 57명에 달한다.
고소장에 따르면 B대표 등은 지난 2019년부터 온라인 광고, 오프라인 투자설명회 등을 열고 부동산 투자 사업을 홍보해왔다.
투자 방식은 A사와 투자자들이 유치권·지상권 등이 설정된 특수부동산을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공동 매수한 뒤, 이를 재매각해 수익을 내는 식이다. 감정가 대비 저가로 낙찰받은 다음, A사가 유치권 등 문제를 해결해, 매수액 대비 높은 금액으로 되팔아 수익을 보는 구조다. A사는 12개월 내에 해당 부동산을 재매각 해 투자자들에게 연 45%의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A사는 "투자자들에게 해당 물건에 공동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투자금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며 "12개월 내에 매각이 안 된다면 대환대출을 받아서라도 투자원금·수익금을 지급해주겠다"며 안심시켰다.
피해자들이 사기를 확신하게 된 건 올해 2월이다. 투자금 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투자 부동산에 대한 등기부 등본을 떼본 것이다. 이들은 A사가 사전 고지 없이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아 투자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을 파악했다. 이 경우 피해자들은 대부업체보다 후순위로 밀려나 사실상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
피해자들이 A사에 낸 투자금은 인당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5억원에 달한다. 피해자 대부분은 수익금은 커녕 투자원금조차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소장을 낸 이들의 피해액만 총 40~50억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사례를 합치면 피해 규모가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한 피해자는 "동네 부동산에서 '좋은 투자가 있다'며 영업 당한 뒤 투자를 시작한 게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수억원을 투자했지만 사기 당해 집과 전재산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며 "평생을 일하며 모은 돈이었다"고 호소했다.
한편 경찰은 고소장 접수 직후 고소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