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찾는 해외 입양인, 유전자 분석이 없었더라면

      2023.05.15 14:23   수정 : 2023.05.15 14: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가족과 재회하게 된 것은 큰 축복입니다. 마침내 나의 과거와 뿌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쁩니다."
42년 전 실종돼 독일로 입양된 정명준씨(46세, 실종 당시 4세, 독일 거주)는 친모와 지난 3월 16일 극적으로 만나며 이같이 밝혔다.

정씨는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를 통해 가족를 다시 만났다. 정씨는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는 유전자 검사 결과서를 대사관에 전달해주고, 중간에서 한국 경찰 및 친가족과 소통하는 등 많은 역할을 해줬다"며 "해외 한인 입양인 유전자 분석 제도가 있었기에 친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연고 없이 해외로 떠난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있다. 정부의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통해 친가족을 찾고 있는 것이다.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통해 친가족을 찾고 있다. 정부는 과거 입양정보에 대한 전산화 작업을 통해 제도를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유전자로 가족 찾아


15일 경찰에 따르면 아동권리보장원과 경찰청, 외교부는 지난 2020년부터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한인입양인이 입양정보공개 청구, 재외공관 유전자 채취 등의 과정을 거쳐 채취된 유전자 검체를 외교행낭으로 경찰청에 송부해 실종자 가족 유전자 정보와 대조해주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날 기준으로 보면 현재까지 입양인이 재외공관을 통해 유전자 등록을 한 건수는 251건이며, 상봉까지 이어진 사례는 정씨를 포함해 총 세 번째다.

경찰에 따르면 전후 60여 년간 해외 14개국으로 입양된 아동은 약 17만명이며, 이 중 유기 등에 의한 무연고 아동(친부모 정보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은 약 3만명으로 추정된다. 관계부처 협업 전에는 해외로 입양된 무연고 실종아동이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하려면, 국내 입국 후 경찰서에 방문해 등록해야만 하는 절차의 불편함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입양인이 한국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현지에서 간편하게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해외 입양 가능성이 있는 ‘장기실종아동’을 해외에서도 찾을 수 있도록 방법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입양 기록 전산화 확대


정씨의 경우 대표적으로 유전자 분석이 친모를 찾는 게 한 몫했다. 정씨는 지난 1981년 1월 수원버스터미널에서 실종된 이후 독일로 입양됐다. 이후 성인이 돼 지난 2009년 국내 입국해 '가족을 찾고 싶다'며 수원서부경찰서에 방문해 유전자를 채취했으나, 당시에는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친모가 지난해 6월 여주경찰서에서 '헤어진 아들을 찾고 싶다'며 유전자를 채취했고, 이를 계기로 지난해 7월 두 사람의 유전자 간에 친자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왔다.

정확한 친자관계 확인을 위해 두 사람의 유전자를 재채취해 정밀한 2차 유전자 분석 작업이 필요했다. 문제는 정씨가 독일에 거주하고 있어 국내에 입국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정씨에게 재외공관에서 유전자를 재채취할 수 있음을 안내했고 정씨는 지난해 11월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에 방문해 유전자를 재채취했다.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 정씨가 친모의 친자임이 올해 1월 최종 확인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미국인 A씨의 모녀와 지난 2021년 캐나다인 B씨의 남매의 상봉을 도왔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경찰청,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더 많은 해외 한인 입양인분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여 가족을 찾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를 위해 입양기관이나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과거 입양정보에 대한 전산화 작업을 지속하는 등 관리체계 구축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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