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의 원서"로 쌍둥이 형은 금감원, 동생은 한은.. 작년 A매치 데이, 무슨 일?

      2023.05.19 05:00   수정 : 2023.05.19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지난해 9월 24일(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등 7개 금융기관의 신입 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이른바 금융권 A매치 데이인 이날, 쌍둥이 형과 동생은 '한 명의 원서'로 두 기관의 시험을 '동시 응시'했다. 동생이 금감원과 한은에 이중 지원한 후, 형이 동생 대신 금감원에 가고 동생은 한은 시험장에 간 것이다.

이후 필기, 면접전형 일자가 달라 동생이 금감원, 한은 전형을 모두 응시했고 지난해 11월 중순께 한국은행에 최종 합격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뒤늦게 인지하고 쌍둥이 동생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이중 지원과 대리 응시로 금융감독원의 채용 절차를 방해했다고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해서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각 기관이 파악한 바를 종합해보면, 쌍둥이 동생은 9월 24일 한국은행 필기시험을 보고 이후 한국은행 1차 실무면접과 2차 면접을 거쳐 합격했다. 또 형이 대신 봐준 금감원 1차 필기시험 후 동생이 직접 2차 필기시험(전공)과 1차 면접까지 보고 통과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에 최종 합격해서 마지막 관문인 2차 면접에는 응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중순께 한국은행 최종 합격자가 정해졌을 당시였다.

이후 쌍둥이 동생은 한국은행에 입행해 조사역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5월 들어 쌍둥이 부정채용과 관련한 소문이 각 기관에서 돌기 시작했고, 한국은행 감사실과 담당국은 15일부터 16일까지 진상 파악에 나섰다. 쌍둥이 동생인 조사역은 이같은 내용을 한국은행에 진술했고 한국은행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동생을 고발했다.

쌍둥이 동생은 형사고발 조치 이후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이후 한국은행은 수사결과 추이를 보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조사역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 직무에서 배제한 상태이고 자세한 내용은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며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양정을 정할 것이고, 다만 사안이 엄중한 만큼 확실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공공기관 필기시험이 같은 날 열렸던 만큼 또다른 '대리응시' 사건이 있었을 가능성에는 한국은행과 금감원 모두 "이번이 매우 이례적인 것이고 평소에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신분증 확인, 얼굴 확인 뿐 아니라 필적 감정까지 거쳐서 매우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대리응시와 같은 채용부정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 또한 "이번 사안이 워낙 예외적인 경우고 감독관이 얼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리응시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금감원에서도 필적 확인, 면접 전후 확인서명 등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 기관은 다만 A매치 데이를 함께 치르는 기관들과 협조해 부정행위 차단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예정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A매치 데이를 함께하는 다른 기관과 추가로 논의해서 부정행위 차단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한 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또한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한국은행과 함께 제도 보완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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