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전문 ‘김미영 팀장’, 정체는 전직 경찰?...사이버 수사대 출신의 악랄한 보이스피싱

      2023.05.21 15:10   수정 : 2023.05.21 15: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범죄다큐스릴러 ‘블랙2: 영혼파괴자들’에서 400억 원대의 피해를 만든 ‘김미영 팀장’ 사례를 비롯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해 다뤘다.

21일 채널A에 따르면 20일 방송된 ‘블랙2’에서는 실제 범인의 음성으로 재구성된 아내의 ‘성폭행 소식’을 들은 남편의 경험담이 첫 사례로 소개됐다. 2022년 4월, 이승환 씨는 임신 3개월이던 아내의 전화번호로 걸려온 통화에서 “칼을 든 남자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우는 아내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내의 목소리가 평소와 좀 다르다 싶었지만, 의심할 겨를이 없었다.

범인은 이승환 씨에게 카톡을 지우고 경찰 신고를 하지 말라며 협박했다.
협박을 받고 은행 ATM기기로 가기 전, 전화기가 2대였던 그는 다행스럽게도 비밀리에 경찰에 신고했고 아내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친구 폰으로 보낸다” 등의 말로 그저 지인을 사칭하던 예전과 달리, 보이스피싱범들은 실제 ‘지인의 번호’가 받는 사람의 휴대폰에 발신자 표시로 뜨도록 수를 쓰고 있다. 010, 070 같은 앞자리를 제외하고 뒤의 여덟 자리만 같으면, 휴대폰은 저장돼 있는 발신자 표시를 띄우기 때문이다. 이같은 허점을 이용하는 보이스피싱범에게 당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다른 사례는 2018년 겨울, 부산 한 지하철에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허위 신고가 날아온 사건이었다. 알고 보니 허위 신고자도 보이스피싱에 당한 피해자였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는 사설 대출 문자에 혹해 연락을 취했다.

보이스피싱 업체는 대출을 위해 보증금을 통한 신용 회복, 이자 선납, 불법 조회 기록 삭제기록 등의 이유로 금전을 요구했다. 사례의 피해자 덕수씨(가명)는 대출 보증금을 요구받았고, 그가 보이스피싱임을 깨달은 것은 이미 600만원을 보내고 난 후였다.

덕수씨가 신고를 하기 위해 경찰서에 가는 겨우 40분 동안 범인은 피해자의 번호를 사칭해 허위신고를 하는 한편, 30명이 넘는 지인들에게 불쾌한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런 악질 보이스피싱범들이 최근에는 피해자들의 사진을 받아 음란물에 합성하고 협박하기도 하는 등,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고 ‘블랙2’는 경고했다.

다음 사례는 군 제대 직후 알바처를 찾고 있던 박영수(가명)가 겪은 일이었다. 그는 지인을 통해 중국에서 고수익 판매 일자리를 권유 받았다. 박영수는 여행 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모르는 청년들과 함께 중국 연길로 향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일은 ‘보이스피싱’이었다. 감옥 같은 보이스피싱 콜센터는 한국의 은행 영업시간에 맞춰 운영되며, 실수하거나 도망치려고 하면 폭력이 되돌아왔다.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서 달라지는 영업 멘트는 ‘멘트지’라고 불리는 대본집에 전부 적혀 있었다.

대출사기 시나리오는 한국 1세대 보이스 피싱범 ‘김미영 팀장’에 의해 피해자 수만명, 400억여원의 피해를 양산했다. ‘김미영 팀장’은 2021년 10월 9년 만에 필리핀에서 검거됐고, 충격적이게도 범인은 전직 사이버 수사대 출신의 50대 남성이었다.


박영수는 이런 멘트지를 이용해 전화를 걸고, 하루 3~400건의 전화 중 3~4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17년 12월, 공포 속에 탈출을 감행한 박영수의 자수로 80여 명의 조직원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해외 각지에서 9개 콜센터를 조직해 300여 명의 피해자와 60억 원 상당의 금액의 피해를 만든 이 조직은 대다수가 갓 사회에 진출한 청년층이어서 놀라움을 안겼다.

한편, 28세의 김동욱씨(가명)는 ‘가짜 김민수 검사’로 유명한 보이스피싱범에 당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피해액만 100억에 가까운 ‘김민수 검사’ 피싱범은 검찰청과 검사를 사칭해, 피해자가 대형범죄와 연루되어 전국 수배가 내려질 수도 있다는 지속적인 압박과 ‘가스라이팅’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신체적, 정신적 탈진상태에 이른 김동욱씨는 검사 사칭 범죄자의 궤변에 설득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동욱씨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통장 전액을 출금하고 범인의 말에 따라 연고도 없는 서울의 한 택배 보관함에 넣어뒀다.

무려 11시간 동안 전화로 지속된 ‘가짜 조사’는 범인의 “곧 다시 전화할 테니 전화기를 껐다가 켜라”는 지시 속에서 끝이 났다. 하지만 걸려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불안감에 시달리던 해당 사례의 피해자 동욱 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가짜 ‘김민수 검사’는 40대 무직 남성으로 텔레마케터 경험을 살려 많은 피해를 낳았고, 징역 6년을 받아 현재 항소 중이다.
‘블랙2’는 피해자 방지와 자책하고 있을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피해자 동욱 씨와 범인의 실제 음성, 그리고 동욱 씨가 남긴 마지막 글을 공개했다.

‘블랙2’는 최근엔 악성 앱을 통해 핸드폰을 해킹, 감청과 전화 가로채기로 대부분의 보이스피싱이 이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재차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며 실제 피해자들의 인터뷰도 공개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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