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펀드서 ‘쭉’ 빠진 자금···반등 기대 머금었나
2023.05.24 05:00
수정 : 2023.05.24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투자자들이 인버스 펀드에서 자금을 빼며 증권시장 반등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하락 폭이 더욱 확대되지 않겠단 판단에 따른 결과인 만큼 주식이나 채권 값을 끌어올릴 재료가 충분히 마련됐다고 결론지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높은 금리 수준, 미국 부채한도 협상 등 문제가 온전히 해소되진 않았기 때문에 과도한 레버리지 베팅 등은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리버스마켓(인버스) 펀드에서 최근 한달 새(22일 기준) 2조7517억원이 이탈했다. 최근 1주일로만 따져도 3200억원이 빠졌다. 순자산이 4조2116억원임을 감안하면 상당 규모가 유출된 셈이다. 반대로 같은 기간 국내 인덱스 주식 펀드엔 7357억원이 신규 설정됐다.
개별 펀드별로 보면 일반 공모펀드 기준 ‘NH-Amundi코리아2배인버스레버리지’가 190억원 유출로 선두였다. ‘한국투자엄브렐러리버스인덱스(-48억원)’, ‘KB코리아인버스2배레버리지(-3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은 국내 주식·채권, 해외증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에 거꾸로 투자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로, 2조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하락장이 마감되고, 증시가 오름세로 전환될 거란 예측이 자금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률에서도 갈린다.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 5.48%이라는 수익률을 냈으나, 인버스 펀드는 5.68% 주저앉았다.
실제 코스피지수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14.34%가 뛰었고, 특히 이달 15일부턴 6거래일 연속 오름세로 장을 끝냈다. 스탠더드앤프푸어스(S&P)500지수는 연초 이후 등락을 거듭하긴 했으나, 결국 9.20% 뛴 상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동결 시사에 위험 선호심리가 회복되고 있고, 외국인도 국내 증시 현·선물 순매수 규모를 늘림에 따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전반이 강세를 보이는 중”이라며 “최근 조정 받았던 2차전지 중심 저가 매수 유입에 코스닥지수도 추가 상승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금리 인상 중단 및 하락이 점쳐지기는 하나, 그 시점이 확정되진 않은데다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 수익성도 불량한 상태다. 그만큼 증시가 반등 모멘텀을 찾기도 쉽지 않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4분기 실적 발표 기업들 합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6.4% 떨어졌다”며 “영업이익률도 4.8%로, 3.0%p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미국 부채한도 협상도 증시 회복을 억제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결국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장이 세 면째 대면 협성에서 한도 인상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불확실성 완화 시점은 재차 미뤄졌다. 미국 연방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은 오는 6월 1일로, 열흘 남았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