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포퓰리즘으로 총선 압승한 그리스 중도우파

      2023.05.23 18:24   수정 : 2023.05.23 18:24기사원문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성향의 신민주주의당(신민당)이 21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압승했다.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부도를 겪었던 그리스 국민들이 이른바 '그리스병'으로 불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해 낸 집권당에 대승을 안긴 것이다.

그리스가 '유럽의 문제아'로 추락한 것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좌파 정부의 포퓰리즘이 근본 원인이었다.

퇴직 전 임금의 80%에 이르는 연금 지급,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무상의료, 중고교 무상교육 등 국민들에게는 달콤하기 그지없는 정책이었지만 결과는 국가재정의 파탄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 나라곳간이 거덜났다.


2008년 세계에 몰아닥친 금융위기는 그리스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실업률이 27%대에 이르렀고, 2015년 결국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다. 4년 전 백척간두에 놓인 그리스의 집권당이 된 신민당은 일부 국민의 저항 속에서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친기업 정책으로 경제회복에 힘을 기울였다.

미초타키스는 무상의료를 폐기하고 연금체계를 개편하는 한편 최저임금을 낮추었으며 법인세를 깎아주었다. 허리띠를 졸라맨 채 과감하게 진행된 미초타키스의 개혁은 효과를 나타냈다. 국가재정은 흑자로 바뀌었고 경제성장률은 2021년 8.1%, 2022년 6.1% 등 유럽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도 급증해 신용등급이 투자적격(BBB-)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당연한 결과다.

수십년에 걸친 그리스의 부침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는 그리스보다 먼저 국가부도의 아픔을 겪었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거의 기억에서 사라진 듯하다.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은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고, 유권자들도 그 단맛에 빠져들고 있다. 국가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섰는데 국회에서는 국가채무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강제하는 재정준칙을 붙들고 조금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고갈 시점이 점점 다가오는 국민연금 개혁도 국회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 의지도 반대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벌써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몰락 직전의 그리스와 우리의 현재 상황이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대로 가다간 또 한 번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돈을 퍼주고 표와 바꾸려는 정치인들이 먼저 각성해야 하겠지만, 유권자들의 의식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과거 그리스식 사태를 우리가 겪지 않는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국가 몰락을 걱정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그리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도 한발 양보하는 자세로 개혁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인이나 국민이나 선제적 개혁이 사후수습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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