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두마리 값에 마약 손대는 10대들

      2023.05.23 18:38   수정 : 2023.05.23 18:38기사원문
"공부방에서 유통했다.""SNS와 인터넷에서 구매했다.""학원가 길거리 시음 음료로 건넸다.

"

마약이 1020세대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23일 경찰이 유흥가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마약류 범죄를 단속·수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만2387명의 마약류 사범이 검거돼 지난 2021년 1만626명 대비 16.6%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1020세대 마약류사범이 급증했다. 1020세대의 마약류사범은 2018년 1496명에서 2022년 4497명으로 약 3배 껑충 뛰었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2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8.5%, 2019년 24.8%, 2020년 28.3%, 2021년 35.9%, 2022년 36.3%로 계속해서 늘었다.


과거에 마약류가 '던지기' 등으로 암암리에 유통됐다면 최근엔 공부방, 학원가 등 일상적 장소에서도 10대들에게 유통되고 있다. A군 등은 고교 2∼3학년이던 2021년 10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등 시가 2억7000만원 상당의 마약을 판매하거나 소지·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A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마약판매상으로부터 범행수법을 배운 뒤 또래들을 포섭,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1명은 아버지에게 "공부방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오피스텔을 빌린 뒤 이곳을 마약 유통 사무실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SNS와 인터넷에 능숙한 10대들을 향한 마약 유통 방어선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마약류사범 전체 검거인원 중 2018년 18.7%(1516명)를 차지하던 인터넷 마약류사범의 비중은 지난해 약 1.4배 증가한 25.0%(3092명)로 나타났다. 다크웹·가상통화를 이용한 마약사범 역시 2018년 85명에서 2022년 1097명으로 12배 이상 폭증했다.

경찰은 국내 유통되는 마약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연령대도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암거래시장에서 10년 전 10만원 안팎이던 필로폰 1회 투약분(0.03g)은 현재 5만원가량으로 낮아졌다는 것이 경찰 등의 설명이다. 치킨 1~2마리 가격 정도면 마약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다만 필로폰을 1g씩 대량으로 구입한 다음 소분하는 방식으로 5만원보다 더 싸게 사는 경우도 있다"면서 "1020세대들은 또래와의 동질감이 강하기 때문에 주변의 꼬임에 잘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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