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제발 체육관 간판 꺼줘"..성추행 관장 구속됐지만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2023.05.24 10:37
수정 : 2023.05.24 10:37기사원문
어느날 체육관 가기 싫다는 아이 "관장님이 바지 벗겨서.."
24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구 복싱 관장 초등학생 성추행 사건 부모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하고 있다.
A씨는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 도움을 얻고자 글을 쓴다"라며 "제가 부모로서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겠느냐"라며 도움을 청했다.
A씨에 따르면 피해 아동은 지난 2021년도 9월부터 해당 복싱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열심히 다니던 아이는 지난 3월부터 운동 가는걸 꺼렸다고 한다. A씨가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하지 않다가 "관장님이 바지를 벗겨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처음에는 운동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에게 '팬티까지 내려갔어'라는 말을 듣게 됐다"라고 했다.
이후 A씨는 관장 B씨에게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전화를 하니 B씨는 "장난이었다"라며 별일 아니라는 태도로 "죄송하다"라고 했다고 한다.
화장실 데려가 아이 눈 가리고 손바닥에 '이상한 촉감놀이'
A씨는 B씨와 나눈 문자메시지를 캡처한 사진도 공개했다. A씨가 문자에서 "관장님이 하신 행동은 아동성추행"이라고 지적하자 B씨는 "진짜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선처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A씨는 B씨에게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요구했고 전달받은 영상에는 아이의 바지와 팬티가 무릎까지 내려가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B씨가 아이를 눕히려고 수차례 어깨와 가슴을 누르는 장면도 있었다.
A씨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에 고소했는데 진술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 사실을 듣게 됐다”라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아동은 “관장님이 바지를 벗긴 일도 여러 번이었고, 촉감놀이를 하자며 화장실로 데려가 마스크로 아이의 눈을 가리고 손 위에 물건을 올려준 후 무엇인지 맞혀야 집에 보내준다고 했다”라고 진술했다. 아이는 또 “오이같이 길고 딱딱한 부분도 있고 사람 체온처럼 따뜻했다”라고 표현했고, 손에 물 같은 액체가 묻어있어 더러워서 손을 씻었다는 진술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해바라기센터를 통해 아이가 극도의 불안함과 우울 증상으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라며 "문제의 복싱장이 집에서 불과 1분 거리에 있어 해가 지면 아이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보복에 대한 두려움까지 느끼고 있어 구속 사실도 알려줬지만 아이는 집에 도착하면 '엄마, 제발 저 (복싱장) 간판 좀 꺼줘'라고 말하는 등 계속 불안 증상을 보이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아버지 "또 체육관 열수 있는데.. 제지할 법이 없다"
끝으로 A씨는 B씨가 또다시 체육관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A씨는 “키즈 복싱을 가르치는 기관으로 홍보해 당연히 어린이 기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나라에서도 영업을 제지할 수 없다고 한다”라며 “가슴이 찢어질 듯 너무 아프다”라고 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방과 후 아동지도사업을 하는 곳도 아동복지시설에 포함되며 아동학대 행위 등이 확인되면 운영 정지나 시설 폐쇄를 명할 수 있다. 그러나 체육관 같은 경우 대부분 아동복지시설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될 경우 신상정보 등록이나 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한편 대구 달성군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B씨는 미성년자 강제 추행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됐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권투를 배우러 온 11살 초등학생의 바지를 강제로 벗기거나 자기 신체 일부를 만지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