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유해는 중국 어디에? "한·중 합의만 하면 발굴"

      2023.05.24 17:05   수정 : 2023.05.24 17:23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안중근 의사 유해가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둥산포(옛 뤼순감옥 공동묘지) 지역에 안장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치·외교적 냉각과는 상관없이 한·중 양국이 협조해 공동 발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기철 국민대 석좌교수(전 국가보훈처장)와 김월배 하얼빈 이공대학교 교수, 김이슬 하얼빈 이공대학교 박사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다롄을 방문 조사한 뒤 이같이 결론을 냈다고 24일 밝혔다.




'안의 사형 시말보고'의 기록

이들은 안 의사가 사형 당했을 때 조선 통감부 통역을 맡았던 소노키 스에요시의 ‘안의 사형 시말보고’와 일본·한국에서 발행된 신문에 안 의사 유해가 관동도독부감옥서 묘지(뤼순감옥 묘지·현재 둥산포 지역)에 매장됐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또 2008년 한·중 안 의사 유해 발굴 실무에 참여한 중국 측 저우샹링 뤼순일아감옥구지 박물관 초대 관장, 왕전런 전 뤼순일아감옥구지 박물관 부관장이 모두 둥산포 지역을 유력 매장 후보지라고 주장한 점도 감안했다.

둥산포의 지리적 환경은 타 발굴 추정 지역에 비해 묘지로 쓰기에 적합한 야산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토질도 배수가 잘 되는 마사토 성분이다. 현재도 둥산포 윗부분엔 일반인 묘지가 있다.


당시 뤼순감옥에선 처형된 시체를 북대문을 통해 감옥 공동묘지에 매장했는데, ‘안의 사형 시말보고’에도 뤼순감옥 묘지에 묻었다고 적혀 있다. 매장 추정지 중 뤼순감옥에서 가장 근거리에 위치한다는 점도 안 의사 유해가 잠들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황 교수 등은 설명했다.


"한·중 합의만 하면 발굴"

둥산포는 약 650여㎡ 규모로, 90m 길이의 도랑 5개에 시체가 촘촘하게 매장돼 있다. 중국 정부는 유해 손실 등을 고려해 이 지역을 국가 문화재 지역으로 지정해 놓은 상태다. 한·중이 합의만 하면 지형적·환경적 발굴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게 민간 연구인들의 판단이다.

연구인들은 안 의사 유해 발굴 진행과는 별도로 이 지역을 ‘동양평화공원’으로 조성하고 안 의사 거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중국인도 안 의사에 대한 존경심이 상당한 만큼 한·중 양국 국민이 모두 ‘안중근 평화 사상’을 기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다.

황 교수 등은 “이제부터라도 중국 측과 협조해 유해 발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면서 “안 의사 유해가 하루빨리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국민들도 한마음으로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전했다.

앞서 미국도 1944년 펑톈 75동맹국 포로수용소에 있던 미국 포로의 유해를 찾았다. ‘안의 사형 시말보고’에는 안 의사가 그날 10시 15분에 순국하자 우덕순·조도선·유동하 3명을 끌어내 뤼순감옥 내 교회당에서 특별히 한국식 예배를 올리도록 한 후 감옥서의 묘지에 오후 1시께 매장했다고 기록돼 있다.


"존경, 중국인이 아니라 아쉽다. 영웅"

저우아이민 루순일아감옥구지 박물관 부관장은 황 교수 등과 만난 자리에서 “안 의사가 둥산포에 묻혀 있을 것으로 보지만 (유해나 장소 보존 등에 관련해) 지금 할 수 있는 답변이 없다. 상부의 지시가 있으면 그것에 따를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한·중 관계 개선이며 박물관은 양국 민간 학술 교류를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왕전런 전 부관장은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를 마음 깊이 존경한다. 안 의사가 중국 사람이 아닌 것이 아쉽다.
두 분은 영웅”이라며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 데에 가장 큰 문제는 한·중 양국 관계”라고 토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