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만들며 되찾은 건강, 친구들이 부러워하죠"
2023.05.24 18:11
수정 : 2023.05.24 20:43기사원문
최 크루는 백 크루가 은퇴를 생각한 5년 전 일을 시작했다.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빵 굽는 일을 했다. 그곳에서 실전 경험을 쌓아 자신의 제과점을 열 요량이었다. 매일 샌드위치를 만들어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상 사업을 하려니 야채 값부터 임대료까지 수지타산이 안 맞았다. 최 크루는 "사업은 내 길이 아니구나. 알바가 좋다"고 결론을 냈다. 제과 프랜차이즈에는 최 크루처럼 자신의 매장을 내겠다는 꿈을 꾸고 들어오는 2030세대가 많았다. 최 크루는 '물러나줘야 한다'고 생각해 맥도날드로 자리를 옮겼다.
최 크루는 "일하면 젊어진다고들 하지만 꿈같은 말이다. 일하기 위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기 때문에 늙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출근을 위해 규칙적으로 생활하니 건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갱년기를 겪으며 근력이 줄어 걱정하던 최 크루는 크루일을 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빅맥부터 치즈버거까지 20종 넘는 수많은 메뉴에 대한 조리지식을 쌓아 그릴마스터 자격도 얻었다. '맥도날드 고시'를 통과했다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부부는 만나면 메뉴부터 손님까지 '맥도날드 이야기'만 한다. '화제에 낄 수 없는 자녀가 소외감을 느끼진 않을까' 염려될 수준이라며 웃었다.
백 크루는 입사해 모든 종류의 햄버거를 다 먹어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뤘다. 백 크루는 "일년에 한두 번 먹던 버거를 주에 두번씩 먹고 있다"며 "맥치킨과 불고기버거가 간이 딱 맞다"고 말했다. 백 크루는 최근 맥도날드 광고 영상에 출연했다. 전국 매장에는 그의 사진이 담긴 채용 포스터가 붙었다. 자신을 부러워하는 은퇴한 친구들에게 '함께 시니어크루로 일하자'며 광고 영상을 보내주기도 했다. 백 크루는 "제가 출연한 영상을 보고 많은 시니어들이 용기를 내길 바란다"며 "은퇴하면 무기력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크루로 일해보니 시간은 정신없이 가고 휴무일이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3월 '20대와 70대가 동료가 되는 회사?'라는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백 크루와 최 크루 같은 시니어 크루와 자신의 꿈을 향해 파트타임 근무하는 20대 크루가 서로 배우며 일하는 모습을 담았다. 맥도날드는 채용에 있어 △학력 △나이 △성별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열린 채용'을 지향한다. 맥도날드가 최근 5년간(3월 1일 기준) 신규 채용한 주부 크루는 3590명에 달한다. 현재 재직 중인 시니어 크루는 567명, 장애인 크루는 192명이다. 최고령 시니어 크루는 80세다. 최장기 장애인 크루는 21년간 일했다.
백 크루는 "함께 일하는 젊은 친구들을 지켜보면 제가 20대였을 때보다 열심히 일한다"며 "미디어에서는 MZ세대가 힘든 일을 피한다는 말도 있지만 실제 매장에서 보면 정말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뿐"이라고 말했다. 최 크루는 "나이 먹은 사람과 장애인을 차별 없이 채용한다는 게 말이 쉽지 어려울 텐데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맥도날드를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부부가 93세까지 건강하게 맥도날드에서 일하길 바라게 됐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