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SK온 이어 LG엔솔과 美서 '배터리 맞손'…문제는 시간
2023.05.26 11:49
수정 : 2023.05.26 14:43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SK온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도 손을 잡으면서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IRA(인플레이션감축법)로 인한 피해는 현재 진행형으로, 공장 완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한동안 '버티기'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26일 현대차그룹은 이사회를 열어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의 북미 배터리셀 합작설립 안건을 승인했다. 2025년말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연간 30기가와트시(GWh), 전기차 약 30만대 분량의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총 5조7000억원(43억달러 이상)을 공동 투자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에도 SK온과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을 이사회에서 의결한 바 있다. 현대차와 SK온은 총 50억달러(6조5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기가와트시(GWh), 전기차 약 30만대분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는 합작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2025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합작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은 현대모비스(012330)가 배터리팩으로 제작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기아(000270)·제네시스 전기차에 공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IRA 대응 목적이 크다. 미국 IRA에 따르면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여야 하고, 탑재된 배터리 역시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올해 현대차그룹의 미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총1만42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줄었다. 현대차 아이오닉5·기아 EV6에 이어 아이오닉6, 제네시스 GV60, G80 등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지만 IRA 영향으로 판매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 중인 GV70 전기차는 IRA 발표 초기 보조금 혜택이 예상됐지만, 지난달 세부지침이 발표되면서 GV70도 보조금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 GV70에 사용하는 배터리 북미 제조·조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합작법인 설립은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 364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이중 3분의 1가량인 100만대 이상을 미국 시장에서 소화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240만대, 2030년에는 480만대, 2035년에는 800만대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공장 공급 물량을 합치면 연간 약 60만대 규모의 배터리셀 확보가 가능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25년까지 배터리 공급이 부족할 것이다. 완성차 제작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배터리 업체에서도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잡아두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급망을 제대로 갖추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두 배터리 합작공장 모두 2025년 하반기를 완공 시점으로 잡고 있다. 현재 짓고 있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도 2025년 완공에서 2024년말 완공으로 겨우 앞당긴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IRA 조건에서 빠진 전기차 리스·렌트차량의 판매 확대, 인센티브 정책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현대차는 한동안 '제값 받기' 정책을 통해 딜러사에 제공되는 인센티브를 줄여왔는데, 이를 다시 확대해 전기차 보조금에 준하는 가격 할인 전략을 펴고 있다.
이 교수는 "배터리 공장을 짓더라도 IRA로 인한 손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의 전기차 보급률은 2032년까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대응하기 위해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가야 한다"며 "적극적인 프로모션과 리스 확대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 출혈이 있더라도 의미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