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비행, 죽는 줄 알았다"..소년체전 앞둔 소녀의 '아시아나 아찔현장'
2023.05.27 04:59
수정 : 2023.05.27 07:12기사원문
26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착륙하기 직전에 출입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탑승해 있던 제주지역 초등학교 백모양(10)이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백양은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 초등부 육상 80m와 멀리뛰기 종목에 참가하기 위해 이날 오전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 3월 제주 교육감기 및 회장기 종별육상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소년체전 출전권을 거머쥔 백양은 이때만 해도 두 달간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설렘에 부풀어있었다.
여객기는 여전히 날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출입문이 열리더니 눈도 뜰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바람이 들이닥쳤다. 동체는 크게 흔들렸고, 놀란 탑승객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백양은 당시 열린 출입문과 세 번째로 가까운 좌석에 앉아있었다고 한다.
백양은 "강한 바람에 실눈을 간신히 뜨고 창문을 봤는데 출입문이 열리더니 확 제껴졌다. 문이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전했다.
그는 "제 좌석 앞줄에 앉아 있던 친구들은 그때 소리도 지르지 못할 만큼 경직돼 있어 기절한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무서웠다. 왜인지 눈물이 나진 않았고, 죽는 줄 알았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백양 가족들은 부산에 있던 중 이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백양 아버지는 "전화를 받자마자 앞뒤 생각할 것 없이 대구행 항공기를 타고 이동했다"라며 "머리가 하얘져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고, 딸이 무사하기만을 바랐다"라고 했다.
백양은 사건 직후 불안 증세를 보여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현재는 안정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백양뿐 아니라 열린 문 쪽에 탑승했던 육상 선수단 중 지도자 1명과 다른 선수 7명도 어지러움과 손·발 떨림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49분 제주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가 오후 12시45분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출입문이 갑자기 열렸다. 이 여객기는 문이 열린 상태로 활주로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자 194명 중 다친 사람은 없으나 9명 가량이 과호흡 등의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날 사고는 30대 남성 탑승객 1명이 갑자기 출입문을 열려고 시도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