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행 송강호·김지운 "영화적 동지…'거미집' 10분 기립박수 감격"
2023.05.27 08:07
수정 : 2023.05.27 08:07기사원문
(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 '조용한 가족'부터 25년을 함께해온 '영화적 동지'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함께한 작품으로 칸의 초청을 받았다.
김지운 감독, 송강호는 지난 26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 27일 오전)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영화 '거미집'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경쟁 부문 초청작인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김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당국의 방해 및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웃기고 슬픈) 일들을 그리는 영화다.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은 칸에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에 대해 "전 처음부터 경쟁 부문에 생각이 없었다"라며 "영화제에 경쟁 섹션이 있어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지만, '거미집'은 영화제의 축제 포지션에 걸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경쟁 부문에 대한 아쉬움은 없고 오히려 이 영화에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25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상영이 마친 뒤, 약 10분간의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현장에서는 김지운의 이름을 외치며 3·3·3 박수를 쳤는데, 김지운 감독의 울컥한 듯한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이를 묻자 송강호는 웃으며 "감독님이 계속 해명하고 있다"고 했다. 김지운 감독은 "울컥한 게 아니라 약간 부끄러워서 얼굴을 감쌌다"며 "물론 감격스러운 순간이긴 하다"고 웃었다. 이어 "세 번째로 영화제에 왔는데 기립박수가 제일 길었고 진심이 느껴졌다, 박수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며 "그래서 울컥함보단 감격스러운 게 있었고 '김지운'이라고 외치니까 너무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송강호가 맡은 김기열 감독에 자신을 투영했냐는 질문에 김지운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현장에서, 그 밖에서 느낀 감정들이 많이 투영됐고 내가 현장에서 썼던 대사들도 많이 들어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예를 들면 김 감독이 '다 찍은 거지'라고 말하는데, 실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할 때 내가 했던 말이다, 폭발신 촬영 중이었고 위험한 상황인데 나는 그렇게 말했던 거다"라며 "되돌아보니 순간적으로 감독이 이런 광기에 사로잡힐 때가 있구나, 이런 상황에서 다 찍은지 물어보는 게 되는구나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돋더라. 그 이후론 안 그렇지만 그런 게 김기열의 모습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으로 분한 송강호는 "개인의 열정이 투영되는 인물"이라며 "열정이든 욕망이든 집착이든 무언가가 이사람으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광기 속에 휘몰아 갔기 때문에 김 감독이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강하게 보이는 사람들, 결단을 내리는 사람들 보면 나약함과 본인의 어떤 우유부단함에 대한 모습들이 공존하고 있다"며 "외부적으론 강한척하고 그게 인간의 어떤 본질적인 모습이고, 김 감독의 캐릭터에서 핵심의 감정선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밝혔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지난 1998년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25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지운 감독은 "저와 제일 많이 작업한 배우가 송강호다, 강호씨와 비슷한 시기에 영화를 시작했는데 신선한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배우이고, 그걸 동시대 감독들이 똑같이 느꼈을 거다"라며 "1997~1998년 충무로가 크게 한번 물갈이 됐을 때, 새로운 감수성으로 무장한 영화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이런 활력의 요소를 표현할 배우가 필요했고 그때 송강호씨가 있었던 거다, 당시 모던한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아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배우였고, 그 뒤로도 강호씨와 했던 작품에서 일종 정도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가장 기본적인 게 김지운 감독도 그렇고 예술가들이 새로움도 아닌데 뭔가 전형적이지 않길 원한다"라며 "'조용한 가족'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지금까지 나온 한국영화의 모든 패턴의 사고를 다 붕괴시켜 버리더라, 그런 창의성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었던 것 같고 그게 25년의 역사를 지탱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김지운 감독은 "서로 '영화적 동지'라고도 한다"라면서 "근데 고민을 공유하거나 그런 건 없고 연락도 잘 안 한다"고 밝혔다. 송강호도 "감독님하고는 사적으로 잘 안 만난다"라며 "저는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실제 (감독님이) 형이고 선배라도 엄연히 감독과 배우로서의 일 아니냐"고 강조했다.
한편 이 영화는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크리스탈), 박정수, 장영남이 주연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