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유일한 방어책인데…자사주 소각 의무화하나

      2023.05.29 11:00   수정 : 2023.05.29 1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을 검토하자 경제계는 기업 경영권 위협 등 부정적 영향이 큰 관련 규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며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5년간 자사주 보유규모 31조 5700억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2년 매출실적 상위 100대 코스피 상장사의 2018년 이후 최근 5년간 자사주 취득·처분과 활용 동향 등을 분석한 결과 86개사가 자사주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31조 5747억원에 달했다.

자사주 지분은 평균 4.96%로, 코스피 평균 4.36%보다 0.6%p. 높았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5년간 56건의 자사주 취득예정 공시를 했다.
이 중 공시에 밝힌 자사주 취득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가 37건(66.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직원의 임금·성과 보상 11건(19.6%) △이익 소각 6건(10.7%) △우리사주조합 등의 출연 2건(3.6%) 등의 순이었다.

조사대상 기업의 자사주 처분예정 공시는 지난 5년간 105건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정책이 확산된 최근 2년(2021~22년)에 처분 공시가 집중돼 있다. 자사주 처분 목적의 과반수 이상(60건, 57.1%)이 ‘임직원의 임금·성과 보상’으로 조사됐다. 이어 △타법인이나 외부와의 전략적 제휴 14건(13.3%) △우리사주조합 등의 출연 7건(6.7%) △인수·분할·합병 관련 7건(6.7%)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자사주의 처분 7건(6.7%) △교환사채 발행 관련 5건(4.8%) △단주 처리 등 기타 5건(4.8%) 등의 순이었다.

전경련은 기업의 연도별 사업보고서에 반영된 자사주 소각 실적이 2018년 이후 지난 19일까지 총 29건, 금액으로는 13조 2430억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2018년 삼성전자 7조 1000억원 소각, 2021년 SK텔레콤 1조 9000억원 소각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 소각 실적은 6건, 9667억원이었다. 2022년 한해 6건의 소각액 1조 1286억원의 85.7%에 육박한다.

소액주주 피해·경영권 침해 우려
앞서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는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제안한 상태다. 전경련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할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자사주 정책 변화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비해 자사주 물량을 대거 주식시장에 풀 경우 소액주주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다. 지난해 말 매출 상위 100대기업의 자사주는 31조 5000억원이고, 코스피 전체로는 52조 2638억원으로 추산된다.

일반법인 상법과 배치되는 문제도 크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배당가능 이익범위 내에서 자사주 취득과 처분을 기업에게 맡겼는데, 자본시장법 또는 시행령에 소각 강제 조항을 넣을 경우 법률간 충돌이나 하위법령이 상위법을 위배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자사주가 기업의 거의 유일한 방어 수단이라는 점에서 기업 경영권 위협 가능성도 제기됐다. 해외 주요국에 있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국내 기업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자사주 취득과 처분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측면 뿐 아니라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이미 기업들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실에 맞는 자사주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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