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집회' 논란..."헌법권리 제한'"vs"법위반 아닌가"

      2023.05.30 14:36   수정 : 2023.05.30 14: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오는 31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2만여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연다. 이에 정부와 여당, 경찰 등은 강경 대응을 공언했다. 경찰은 고추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인 '캡사이신'을 활용한 집회 대응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전해진다.



이처럼 집회가 강대강의 양상을 보이는 것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지난 16~17일 진행한 이른바 '노숙집회'의 영향이다.

노숙집회 당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동화면세점 앞 인도 등지에서 노숙하며 텐트를 무단 설치하고 음주·흡연·고성방가·노상방뇨 등을 벌이면서 관련 112 신고가 여러건 접수됐다.
이후 정부와 여당은 집시법 개정에 나섰다. △오전 0~6시 옥외 집회 제한 △집회의 소음 규제 기준을 강화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타인, 법인, 공공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와 시위, 출퇴근 시간 주요 도심의 도로상에서 개최하는 집회와 시위를 신고 단계에서 제한 등이 주요 내용이다.

'노숙집회'에서 시작된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집시법 개정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었다. 더구나 자유 제한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공공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제한이 필요하다 목소리도 있었다. 집회가 '강 대 강' 양상으로 흐르면서 소음이나 교통 등의 분야에서 시민불편이 크다고 했다.

"집회 제한, 표현 자유 침해할 것"
30일 만난 시민들은 집회가 헌법으로 보장된 권한인 만큼 '기본권 제한'을 우려했다.

프리랜서 구모씨(32)도 "집회의 본질은 발언권이 제한된 소수자들이 자신의 발언권을 향상하기 위해 주변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단순히 집회장소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의 수면권 등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씨(38)도 "헌법상 보장됐다고 (집회 결사의) 자유를 남용하거나 현행법을 어기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공질서를 위해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헌법으로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이유가 있다. 약자라도 요구와 표현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민들은 집회 결사의 자유 제한이 표현의 자유가 침해를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대학생 강모씨(24)는 "불법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단체의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불법전력이 있는 것과 집회를 여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며 "설령 과거 불법을 저지른 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이 정한 형벌로써 죗값을 치르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집회를 제한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대학생 박모씨(23)는 "경찰이 야밤 집회를 제한 금지하는 근거로 소음, 질서 혼잡 등을 대는 것은 정부에 안 좋은 소리 내는 이들을 제한하기 위한 하나의 '명분 찾기'로 밖에 안 보인다"며 "정부가 불법 집회 제한하겠다는 근거로 집시법 5조(공공질서에 위협 끼치는 시위가 명백할 경우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를 들고 있는데 위협 정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분명하게 없어서 자의적으로 우려될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또 대학원생 이모씨(29)는 "(정부·여당의 방안처럼 집시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제한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불법으로 보고 불법 전력 단체를 정할 것인지 모르겠다. 민주화 운동하다가 잡혀갔던 사람이 시위하면 그것도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우려했다.

"거주민 기본권도 보호받아야"
기본권이라고 해서 남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집회도 법의 테두리에서 진행돼야 공공질서가 지켜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최근 급격하게 집회가 늘어난 용산에 거주하는 40대 학부모 장모씨는 "일정 수준을 넘어선 지나친 소음이나 교통 혼잡이 주를 이루는 집회가 난무하고 있다. 일부 제한은 필요하다"며 "시위대와 경찰이 뒤엉켜 아이들 통학로를 점거하고 있다 보면 정작 학생들은 인도로 다니지 못하고 옆 갓길로 걸어 다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많다"고 토로했다.

장씨는 "시위가 있는 날에 아이를 차에 태우기 위해 학교나 학원 앞으로 가는데 그마저도 교통 혼잡 때문에 도로 위에 붙잡혀 있기 일수다"며 "집회 기본권도 물론 너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거주민의 기본권도 함께 보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변모씨(34)는 "집회의 자유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돼야 한다. 시민 편의를 담보로 진행하는 불법 집회는 반대한다"며 "노조의 문제점이 터져 나오는 시점에서 진행되는 정권 퇴진 집회는 공감대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다.

헌법에 근거해 범법을 용인해 줄 경우 범법 행위가 상습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직장인 권모씨(29)는 "불법 전력이 있다면 시위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복해서 불법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법치 국가에서 법을 지킨 사람만 피해를 보는 건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박모씨(37)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볼모로 타인의 일상에 고통을 유발하는 불법을 상습적으로 행하는 노조는 폭력 조직과 다를 바가 없다.
이번에는 꼭 협의 없이 제대로 법과 원칙대로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며 "명분 없는 노동조합은 더 이상 근로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박지연 노유정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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