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형 올가미 드레스' 입고 나타난 女모델..칸 영화제 뒤흔든 메시지

      2023.05.31 05:56   수정 : 2023.05.31 1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 여성 모델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자국의 사형 제도에 항의하며 교수형 매듭처럼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계 미국인 마흘라가 자베리(33)는 26일 칸 영화제 주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벌에 올가미 모양의 넥라인이 돋보이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계단에 올랐다. 드레스 밑자락에는 'STOP EXECUTIONS'(사형을 중단하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자베리가 이러한 드레스를 입고 영화제에 등장한 것은 이란의 사형 제도에 대해 항의하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이란에서는 582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2021년에 기록된 333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20일 여대생 마사 아미니가 히잡 미착용 문제로 정부에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올해 3월까지 최소 2만2000여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자베리는 영화제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란 사람들에게 바친다"라며 30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보면 자베리는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목을 쓰다듬거나 눈을 감고 머리를 감싸 쥔다.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자베리의 영상과 의상은 SNS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며 화제가 됐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도란 선임연구원은 자신의 SNS 계정에 글을 올려 “영화제에서 눈길을 끄는 시위였다. 자베리의 드레스는 이란의 잔인한 처형 문제를 환기했다”라고 호평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도 “올해에만 이란에서 200명 이상이 처형됐다.
정치에서 다수가 여성이었다면 더 이상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의 좌파 언론인 야샤르 알리는 자베리의 행동에 대해 "수치스럽다"라며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해당 영상을 찍는 것이 무고한 이란인들의 처형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자베리는 자신의 SNS에 한차례 더 글을 올려 "이란 사람들이 겪는 부당한 처형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드레스를 입었다"라며 "안타깝게도 영화제에선 정치적 발언이 금지돼 드레스 뒷면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올가미의 의미는 잘 전달됐다"라고 적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