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늪에 갇힌 한국 수출… '반도체·에너지 가격'에 달렸다

      2023.06.01 18:16   수정 : 2023.06.01 18:16기사원문
우리나라 수출이 8개월 연속 감소하며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1~5월 무역적자액만 273억4000만달러에 달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 한 해 무역적자 규모의 61%를 5개월 만에 기록하게 됐다. 정부는 늦어도 오는 9월에는 이 같은 적자행진이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과 반도체 업황이 될 전망이다.



■8개월 연속 무역적자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우리나라 수출이 522억4000만달러, 수입이 543억40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21억달러 적자를 냈다.

수출은 전년동월(616억달러)보다 15.2% 감소한 522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IT 업황 부진, 지난해 5월 수출이 역대 5월 기준 2위 실적을 기록한 기저효과 등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다만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24억달러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연속 수출 감소로 수출 주력품목들이 고전한 데 이어 주요 수출품목도 부진했다. 수출 15대 품목 중 자동차와 일반기계, 양극재만 성장하고 반도체, 석유제품, 선박 등은 모두 고전했다.

자동차(49.4%)·일반기계(1.6%)·양극재(17.3%) 등의 수출은 증가했는데 이 중 자동차는 3개월 연속 60억달러 넘는 수출 기록을 세우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반면 반도체(-36.2%)·석유제품(-33.2%)·석유화학(-26.3%)·이차전지(-4.9%)·선박(-48.0%)·철강(-8.8%)·컴퓨터(-57.5%) 등은 역성장했다. 특히 반도체는 IT 업황의 부진, 세계 경기둔화가 맞물리며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호황이던 지난해 5월 실적과 비교하다 보니 기저효과가 반영돼 감소 폭이 커지기도 했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24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9.3% 감소했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24억달러대를 회복했다.

조업일수 감소 영향에 6대 지역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중국 -20.8%, 아세안 -21.2%, 미국 -1.5%, 유럽연합(EU) -3.0%, 중남미 -26.3%, 중동 -2.6%를 기록했다. EU와 중동은 조업일수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중국과 아세안 지역은 반도체 등 IT 부문 수출 급감에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미국은 자동차 수출이 전년보다 54.3% 증가했지만 반도체가 73.0% 감소하며 전체 수출이 1.5% 감소했다. 다만 수출 악화에도 수입이 줄면서 전체 무역수지 적자 폭은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9월 무역수지 개선 기대

이 같은 무역수지 적자 행진에 대해 정부는 이르면 8월 늦어도 9월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무역수지는) 월별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그 시기는 8월에서 9월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월별 무역적자 규모가 계속 줄고 있는 점, 제조업 업황 관련 전문가 설문조사지수(PSI)가 플러스로 돌아선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 월별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 2월 53억2300만달러였으나 이번에는 절반 수준인 21억200만달러까지 낮아진 상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 "5월이 지나면 적자 폭이 개선될 것"이라며 "4·4분기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의 대외실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반도체 재고 소진은 무역수지 흑자전환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에너지 가격 변동도 또 다른 변수다. 최근 석유, 석탄, 가스 등 3대 에너지 원자재 가격과 수요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는 이날 기준 68.09달러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수개월째 하락세다.
그러나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하반기에는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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