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위협하는 세계 1위 상속세율 개편 논의를
2023.06.01 18:23
수정 : 2023.06.01 18:23기사원문
김 창업자가 남긴 자산은 NXC와 계열사 지분 등 약 10조원이다. 유족에게 매겨진 상속세율은 60%다. 유족들은 지난해 6조원의 상속세를 신고하고 납부하기 시작했다. 현금을 마련하려면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는데 중국 자본이 인수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나마 비상장주식이라 물납으로 낼 수 있었다. 정부가 물납으로 받은 지분을 처분한다고 해도 금액이 너무 커서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최대 60%인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기본 상속세율은 50%로 55%인 일본보다 낮지만 최대주주 할증을 더하면 일본을 앞선다.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0.7%)도 프랑스, 독일과 함께 공동 1위이기도 하다.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재분배를 위해 필요한 제도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과도한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지분을 팔고 경영권을 넘기는 일이 빈번하다. 이미 쓰리쎄븐, 유니더스와 국내 1위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지분을 외국 사모펀드 등에 넘겼다. 상속세가 경영권을 위협하고 장수기업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기술개발에 투자할 돈을 상속세 납부에 쓰기도 해 기업 성장에도 해악을 끼친다.
급기야 기업이 타국으로 이전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우리가 스웨덴 기업으로 알고 있는 이케아는 이제 스웨덴 기업이 아니다. 고율의 상속세와 법인세 부담 때문에 네덜란드로 이전해 버렸다. 아스트라제약도 스웨덴에서 영국으로 옮겨갔다. 유럽 국가들은 이후 상속세를 개개인이 상속받은 재산에 매기는 유산취득세로 바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곳은 한국 등 4개국뿐이다.
우리는 이런 부작용과 경제구조 변화에도 상속세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넥슨 사례는 상속세율 인하의 필요성을 불러일으킨다. 윤석열 대통령도 상속·증여세제 개편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재벌기업과 부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에 전달한 의견서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로 인하하고, 과표구간을 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며 최대주주 주식 할증 규정을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본유출을 막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상속세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