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금통위원 "원·달러 환율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하락 어렵다"

      2023.06.02 11:00   수정 : 2023.06.02 11: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원·달러 환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1100원대)으로 하락하기는 어렵다고 2일 전망했다. 서 위원은 환율 안정화에 무역수지를 통한 영향은 약해지고 자본이동을 통한 경로가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또 최근의 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자본유입이 급감할 위험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 BOK 국제 컨퍼런스'에서 '팬데믹 이후의 뉴 노멀, 환율 변동의 파급경로 변화'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서 위원은 지난해 이후 원·달러 환율에 대해 "작년 이후 미국 달러화 강세의 글로벌 요인과 무역수지 흑자 축소 및 해외투자 등 한국 고유요인으로 약세를 보이고 변동성도 증가했다"고 짚었다.


서 위원은 구조적 변화를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 즉 1100원대로 떨어지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2020년 초 팬데믹 발생하기 전인 2018~2019년 환율이 1100원대에서 움직이던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1200원대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서 위원은 원화 약세에 대해 "경기적 요인뿐 아니라 대중국 경쟁심화, 인구 고령화, 기업과 가계의 해외투자수요 확대 등 구조적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라며 "완화환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팬데믹 이후 환율 자동안정화 경로에도 변화가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보다 무역수지를 통한 환율의 자동안정화 경로는 약해진 반면, 자본이동을 통한 안정화 경로는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서 위원은 "수출입가격의 달러표시 확대, 중간재와 에너지의 높은 수입 의존도 등으로 원화가 절하되더라도 수출 증가와 수입 감소 효과는 크지 않다"고 했다. 다만 원화 절하로 인한 물가 전가효과는 더 커졌다고 봤다.

이어 서 위원은 "과거보다 자본이동을 통한 환율의 자동안정화 경로는 강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자본 유입이 원화 절하를 막아주는 요인이라고 했다. 지난해 이후 해외주식투자 유출 규모가 줄어든 점, 관련 법 개정으로 해외투자 배당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자본 유입으로 인한 자동안정화 경로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서 위원은 "자본유입이 급감할 위험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은행부문의 단기외채가 감소하고 민간의 대외자산이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의 '통화불일치' 문제가 크게 완화됐다는 점에서다. 외국인 국내채권 투자 확대로 장기외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원화가 약해지고 또 한·미 금리차 확대에도 취약하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기초한 장기투자가 많다"라며 "이러한 우려 역시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에 서 위원은 환율 안정화를 위해 무역수지 개선,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유인 확대 등 구조적 노력과 경제·금융여건 개선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경쟁력 강화와 중간재 수입대체 등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해외직접투자의 배당금 환류 여건 개선과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유인 확대 등 자본수지 개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 위원은 "한국과 같이 자국통화가 국제화돼 있지 않은 국가의 경우 물가안정, 금융안정, 대외부문안정 간의 트릴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거시경제정책과 외환시장 안정화 정책을 병행하는 통합적 정책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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