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지났다 분양대금 돌려달라"...입주지연 이어 계약해지 공포 온다
2023.06.04 13:54
수정 : 2023.06.04 13:54기사원문
입주지연 단지의 분양계약자들과 시행·시공사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공사기간에 건설노조 파업과 공사비 폭등 등으로 약속했던 입주시기를 맞추기 못한 게 화근이 됐다. 입주시기의 데드라인은 예정일로부터 3개월이다. 계약해지를 둘러싼 다툼이 벌어지면서 법률 상담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4일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미입주보다 더 무서운 것이 분양 대금을 돌려줘야 하는 계약해지"라며 "대형사보다는 중견 건설사, 아파트보다는 오피스텔·타운하우스·지식산업센터 등에서 분쟁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전 경기도 고양시 도내동 B 오피스텔 분양계약자 40여명도 시행·시공사에 정식으로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1월 입주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4월에서 6월, 7월 말 등 계속 미뤄졌기 때문이다. 분양계약서에 당초 입주예정일에서 3개월이 넘어도 입주가 불가능한 경우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시행사 측은 코로나에 파업, 공사비 폭등 등으로 어쩔 수 없어 입주기일을 맞추지 못했다며 계약해지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양시에 따르면 B 사업장 외에도 다른 오피스텔 현장들에서도 이 같은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시행사 및 중견 건설업체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3개월 이상 지연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데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입주 예정자들이 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공기가 늦춰진 것인데 회사 입장에서도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형 건설사 아파트 사업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형업체 한 임원은 "계약해지를 막기 위해 3개월 이상 지연 시키지 않으려 사활을 걸고 있다"며 "하지만 자체 조사 결과 일부 현장은 어쩔 수 없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표준분양계약서에는 입주자 모집 공고에서 정한 입주 예정일에서 3개월을 초과하면 수분양자는 사업주체에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시행사는 납부한 분양대금에다 손해배상금(위약금)까지 지급해야 한다. 상품별로 다르지만 오피스텔 등 다른 수익형 상품도 아파트 표준계약서를 준용해 사용하고 있다.
윤혁석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현재 여러 건의 계약 해지에 대한 상담 및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공사가 늦어진 현장의 경우) 지체보상금과 계약해지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 이상 늦춰져도 계약해지를 거부할 수 있는 천재지변 등 면책조항이 있고, 시행사가 면책조항을 근거로 계약을 안 해주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결국 계약해지의 경우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