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보장 VS 수사차질' 法·檢 '압수수색 사전 심문' 이견 첨예

      2023.06.02 17:55   수정 : 2023.06.02 17: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법원과 검찰이 갈등을 빚어온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도'와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에서도 이견을 여실히 드러냈다. 법원은 제도 도입으로 피의자들의 기본권 침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측은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제도 도입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시행 미뤘지만...토론에서도 이견 여전

법원 형사법연구회는 2일 '압수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 방안'에 대해 한국형사법학회와 공동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재원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한문혁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부장검사, 전상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앞서 지난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 사전심문제도 도입과 관련해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판사가 구속영장 발부 전에 피의자를 심문하는 것과 같이 압수수색영장도 발부하기에 앞서 수사기관과 관련자를 대면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할 때도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를 제한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대법원은 당초 이달부터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물론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의 반발에 부딪히며 도입을 미뤘다. 공동학술대회 개최도 제도에 대한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토론에서는 제도를 바라보는 법원과 검찰 측이 팽팽히 대립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장재원 부장판사는 "모호한 부분이 있더라도 현행 제도 아래에서 영장담당판사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거나 청구를 기각하는 선택지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장을 발부하면 혐의 입증에 필요한 범위 이상으로 무관한 정보가 압수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의문이 해소되지 않아 영장 청구를 전부 기각한다면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어떤 쪽을 선택해도 최선이 아닐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장 부장판사는 "이러한 측면에서 압수수색 사전심문 제도가 도입된다면 의문이나 모호성이 해소된 상태에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수사 필요성과 기본권 침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압수 범위를 정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목적 불분명 VS"수사기관 100% 믿으면 형소법 불필요"

반면 한문혁 부장검사는 토론 시작부터 "2월 초 개정안 입법예고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중대한 변혁 가져오는 내용임에도 아무런 사회적 합의가 없었고 실무를 담당하는 저조차 몰랐는데 이제라도 이러한 자리가 마련돼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날을 세웠다. 압수수색 사전심문 제도의 목적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 부장검사는 "범죄와 무관한 정보가 수사기관에 압수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근거로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압수물에서 혐의와 별개의 추가 범행을 발견해 기소하더라도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이상 이미 법원에서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검찰 내부 통제 규정을 통해 피압수자에게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를 삭제 폐기하고 그 내역까지 모두 통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건과 별개의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조기영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제는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검찰 규정이 있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법 제도가 수사기관이나 (수사) 주체를 100% 성선설로 신뢰한다면 형사소송법 규정들은 거의 다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박경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제도의 도입으로 형평성 시비, 증거인멸 우려는 커지지만, 영장 발부율이 감소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인권 보호라는 제도의 명분이 달성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취지다.
박 변호사는 이어 "자칫 법원의 수사 기관화와 중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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