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진먼다오-中샤먼 잇는 다리…‘경협 기회'인가, ‘트로이 목마’인가?
2023.06.04 06:11
수정 : 2023.06.04 06:11기사원문
대만 제2야당 민중당의 대선(총통선거) 후보인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은 최근 진먼다오를 방문해 "진먼다오와 중국 푸젠성 샤먼을 연결하는 대교, 이른바 ‘진샤(金廈) 대교’를 건설하는 구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커 후보의 이런 발언에 대해 단지 표심을 공략하는 일회성 발언으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진샤대교 건설과 진먼다오 DMZ 구상
진먼다오는 대만 본섬과 200㎞넘게 떨어져 있지만, 중국 본토 샤먼시와는 불과 4㎞(최단거리 2㎞)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대만의 최전방이나 다름없어 양안 사이의 ‘화약고’로도 불린다. 1958년 중국군이 진먼다오에 47만발의 포탄을 공격하며 진먼다오를 빼앗으려 했고, 1978년까지도 간헐적인 포격을 가했으나, 대만이 관할권을 지켜냈다.
진먼다오는 과거 대만해협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실제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양안 간 화해 무드가 고조됐을 당시에는 '평화의 상징'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지난 2월 일부 대만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진먼다오를 영구 비무장지대(DMZ)로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사실상 진샤대교 건설은 ‘진먼다오 DMZ’ 구상의 일환이다. 진먼현(진먼다오와 부속 섬 관할 지방정부) 의회 정치단체 소속 일부 정치인들은 공동 선언문을 통해 진먼다오를 영구 비무장지대로 만들어 양안의 평화적 발전을 추구하고, 진먼다오와 샤먼을 연결하는 해양대교 건설을 조기 추진해 ‘진샤 특구’ 생활권을 통한 경제 발전을 촉진하자고 주장했다.
◆경제적 이익인가, 안보 보장인가
다만 진샤대교 건설, 더 나아가 진먼다오 DMZ 구상 실현성에 대해서는 찬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찬성 측은 경제적 이익, 주민의 편의 등을 강조하고 있다.
커원저 후보는 “약 90%의 주민이 진샤대교 건설 구상을 지지하는데 섬에 와보니 중국 샤먼과 진짜 가깝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대교를 건설하면 진먼다오에 유익할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지금 진먼다오 주민들이 외국으로 가려면 국내편으로 타이베이로 이동해 국제편을 환승해야 하지만, 대교가 건설되면 샤먼으로 이동해 샤먼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본토와의 경제 협력 강화로 진먼다오가 얻게 될 경제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진먼다오과 샤먼 간 운행시간이 약 30분인 페리가 운영됐다. 2018년 한해동안 74만5000명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진먼다오를 방문해 3억6000만달러(약 4700억원)를 지출하면서 진먼다오에 큰 관광수익을 안겨줬다.
반면 반대 측은 양안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안보 우려를 근거로 들고 있다. 집권당인 민진당과 차이잉원 정부는 반대 측에 서있다.
대만 정부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대륙위)는 진샤대교를 ‘엄청난 국가안보 위험’을 초래하는 ‘트로이 목마’라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륙위는 “우리는 모든 대만인들이 중국공산당을 기쁘게 하는 정책을 제안하지 말고, 중국공산당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인사들은 ‘진샤대교’ 건설 취지가 좋더라도 이는 시진핑 체제하에 있는 중국의 호전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만 입법원(국회격)의 허즈웨이 민진당(여당) 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국가가 육지로 연결돼 있기에 러시아는 곧장 우크라이나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허 위원은 “대만해협은 중국군의 무력침공을 막는 중요한 자연 장벽”이라면서 “대교가 건설된다면 많은 (안보)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대교 추진 여부는 내년 1월13일 치러질 대만 차기 총통 선거의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집권당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민중당 커 후보가 출마한 상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가 35%를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고, 약 25%를 차지한 커 후보가 2위, 허우 후보가 18%로 3위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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