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美 해군 전함 건조 맡을까...中에 밀리는 미국 고심

      2023.06.04 08:54   수정 : 2023.06.04 08: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중국의 해군 전력 강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전력 공백을 메울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CNN은 3일(이하 현지시간) 분석기사에서 한국과 일본이 값은 싸면서도 탁월한 성능의 전함을 건조하고 있다면서 막강한 조선능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추월당한 미국 해군의 전력 보강 히든카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대표적인 예로 한국 해군의 자랑인 이지스함 세종대왕급 구축함과 일본의 마야급 구축함 등을 꼽았다.



세계 최강 中 해군


남중국해 해상 운송로 확보, 대만 문제 등으로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 해군은 중국에 추월당한 상태다.

특히 중국 해군은 이제 세계 최대 해군일 뿐만 아니라 미국과 그 격차를 점점 더 벌리고 있다.


미 국방부 추산에 따르면 중국 해군 전함 수는 현재 약 340척, 미 해군 전함 수는 300척에 못 미친다. 국방부는 중국 해군 함대가 앞으로 2년 안에 400척으로 확대되겠지만 미국은 당분간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350대로 전함 수를 늘리는 것도 2045년이 돼야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중 해군은 수량에서만 미 해군을 앞지르는 것이 아니다. 질적인 면에서도 미국을 능가한다.

세계 최정상급 구축함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055형 구축함의 경우 배수량이 1만2000~1만3000t으로 구축함보다는 미 해군 타이콘데로가(Ticonderoga)급 순양함에 맞먹는다.

화력도 엄청나다. 함대공,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VLS) 112기를 장착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최신형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구축함을 능가하는 화력이다. 최신형 알레이버크급에는 VLS 96기가 장착돼 있다.

055형 구축함에는 또 정교한 통신 장치와 대잠수함 무기 체계도 장착돼 있다.

건조율 3대 1, 미국의 완패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그야 말로 전함들을 쏟아내고 있다.

055형 구축함은 2014년 건조를 시작해 최근 셴양함까지 8척이 취역했다.

반면 이에 대적할 미국의 줌월트급 구축함 배치 속도는 훨씬 더디다. 055형 구축함보다 5년 이른 2009년 건조가 시작됐지만 이제 고작 2척만이 배치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함 3척을 건조할 동안 미국은 한척 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055형 맞수 세종대왕함


일부 서방 분석가들은 중국의 055형 구축함에 맞설 상대는 한국의 세종대왕급 구축함이라고 보고 있다.

배수량은 1만~1만2000t으로 055형보다 작지만 화력에서 055형을 앞지른다. VLS 128기를 갖추고 있고, 이를 통해 함대공, 대잠수함, 순양미사일 등을 발사할 수 있다.

대당 약 1조3000억원(9억2500만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한다. 중국 055형은 대당 약 9억2500만~26억달러, 미국 줌월트급은 대당 80억달러에 이른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도 가격이 대당 22억달러 수준이다.

세종대왕급 구축함은 고스펙을 갖췄으면서도 비용은 적게 드는 이상적인 구축함이다.

일본 역시 서방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구축함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런던 킹스칼리지 전쟁·전략 교수 알레시오 파탈라노는 일본의 최신 마야급 구축함이 VLS 96기를 갖추고 탄도미사일과 잠수함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마야급 구축함은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막강한 건조능력


세계 정상급 구축함을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미 해군의 전력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건조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우방국들을 통해 건조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미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국 책임자를 지낸 칼 슈스터는 일본이나 한국 조선소를 이용해 미 전함을 건조하는 것이 미국에서 건조하는 것보다 '훨씬 영리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미 조선소들과 달리 더 싼 값에, 일정도 미뤄지지 않으면서 전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돈


그러나 단순히 더 빠르게 싸게 건조할 수 있다고 해서 미 해군이 다른 나라에 일을 맡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법을 바꿔야 한다.

최근 세종대왕함이 참가한 한미일 합동 훈련에서 3국 전함 간 시스템, 통신, 무기 제원이 서로 긴밀한 연합작전이 가능토록 잘 들어맞는다는 점이 입증됐지만 경제적, 정치적 문제로 인해 해외 수주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미, 일 3국이 비슷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미국은 국가기밀 유출 위험과 함께 조선소, 또 노하우가 미국내에 남아 있기를 바라고 있다.

미 해사국에 따르면 2019년 한 해에만 미 조선산업은 약 40만개 일자리와 424억달러의 경제적 부를 창출했다. 현재 해군에서 선박을 주문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조선소가 29개주 154개에 이르고, 관련 선박 수리, 또는 조선능력을 갖춘 곳들도 300곳이 넘는다.

미 해군은 이들 조선사의 주요 고객이다. 비록 지난해 미 정부에 납품한 선박 수는 전체의 3%에도 못 미쳤지만 대형선박 15척 가운데 14척이 해군과 해양경비대에 인도됐다.

가장 비싼 무기인 전함 발주가 미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이제는 재검토할 때


그렇지만 중국 해군의 질주 속에 미국 안팎에서 상황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세종대왕함 초대 함장을 지낸 김덕기 예비역 제독은 CNN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 해군 전함을 건조하면 양국 모두 '윈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미연구소(USSC) 연구위원 블레이크 허징어도 이제 미국도 법 개정을 검토할 때라고 지적했다. 허징어 연구위원은 일본과 한국 "모두 제시간에, 예산 안에서 고품질의 선박을 건조한다"면서 "이 두 장점은 미국이 잃은 능력"이라고 말했다.


슈스터 전 정보국장은 미국의 선박건조 능력을 확대할 동안 일본 등의 조선소가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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