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코인에 몰빵...빈부 격차만 확대, 왜?"... MZ 고찰(4화)

      2023.06.05 05:00   수정 : 2023.06.05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는 2종류로 나뉜다.

주식, 코인, 부동산 등 재테크를 하는 MZ와 그렇지 않은 MZ. 현재로서는 단순하게 재테크에 대한 관심사나 가치관의 차이 정도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큰 간격으로 벌어질 수 있다. 노동소득만을 기대하는 사람과, 자본소득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사람 간에는 재산은 물론 취미와 취향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수저-흙수저 격차 갈수록 확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지난 2014년 그의 책 '21세기 자본'에서 부의 양극화가 더 커지는 현상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자본을 가진 금수저와 노동 소득에 의존하는 흙수저 간 부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한 나라에 존재하는 화폐(돈)의 총량이 현재 100만원이고 현재 그 나라에서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은 100원이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경제가 성장하며 그 나라의 화폐는 2배로 늘어 200만원이 됐다. 그렇다면 그 나라에서 자장면의 가격은 얼마가 됐을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화폐의 총량이 2배로 늘어났으니 자장면의 가격도 2배로 늘어 200원이 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 경제는 그렇지 않다. 자장면은 많이 올라도 150원쯤에서 가격 인상을 멈출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은 100원에서 130원쯤 증가하는데 그쳤을 것이다.

반면 화폐 총량이 2배로 늘어나는 동안 주식, 부동산 등 많은 자산들은 3배, 4배 많게는 10배도 오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 소득외에 자본(자산)이 있던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되고, 노동 소득만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더 가난해 진다. 부의 증가 속도는 체감상 '자산>물가>임금'과 같이 느껴진다.

시중에 화폐가 늘어났다는 것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 냈다는 의미다. 화폐는 먼저 은행을 거친다. 경제의 핏줄이라고 하는 금융시스템을 거쳐 민간 소비 영역까지 확산된다. 그 과정에서 늘어난 화폐는 여러 자산의 가치를 향상시키며 거품을 형성한다.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전 세계의 유동성은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비트코인 등)의 가치를 2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상승시켰다. 자산의 가치 상승은 심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오를 때는 더 오르고, 내릴 때는 더 내리는 속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풀린 돈의 양보다 자산의 가치는 이를 더 초과해서 상승한다. 반면 자산이 없는 사람이, 자산을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임금은 그 만큼 오르지 않는다. 임금 상승에 따른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라면, 우유, 쌀과 같은 필수품의 가격도 주식이나 금과 같은 자산의 가격 상승 속도를 절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개미가 망하는 3단계 과정

코로나19가 발생하고 한국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던 2020년 상반기 즈음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7년 동안 여러 부서를 돌며 경제지 기자를 한 덕분에 당시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오히려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을 자주 들었다. 처음 1년 동안은 전체적인 주가 지수의 상승과 함께 피케티가 말한 '자본 수익률'의 의미를 깨달았다. 빨간색 주식 계좌를 보며 엠제이 드마코의 책 '부의 추월차선'을 다시 한번 읽었다. "예금과 적금으로 천천히 돈을 모아 다 늙은 60대 할아버지로 부자(부의 서행차선)가 돼도 소용 없다"는 그의 주장을 떠올리며 40대 전 '파이어 족(은퇴)'을 꿈꾸기도 했다.

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는 '코로나19로 인한 2년짜리 단기 유동성 파티가 될 것이 분명하므로 2년만 하고 무조건 주식의 수익금을 부동산 등 다른 자산으로 옮긴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아주 가까운 내 또래의 지인들에게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가 된다는 말과 함께 피케티와 자장면의 비유를 들며 주식 투자를 시작할 것을 권유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한때 수익률 100%까지 찍혔었던 필자의 주식 계좌는 현재 아주, 매우 큰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매달 월급의 일정액이 이자로 빠져나가고 있다.

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 "개미들이 주식으로 꾸준히 수익을 낼 확률은 5% 이하"라는 말을 듣는다. 대부분 개미들이 이 말을 듣고 시작하지만 "자신만은 다르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은 5% 안에 들 수 있다"고 믿고 주식을 시작한다. 필자도 물론 어김없이 대부분의 개미와 함께 95%에 속해 있다. 주식 성공률 5%는 40명이 있는 반에서 매번 2등 안에 드는 것과 비슷한 확률이다.


아주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필자가 주식을 시작하기 1년 전, 서울대 석사 논문인 "개인투자자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를 하는가?"(김수현 외) 라는 내용이 알려졌다는 것이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총 3단계를 거치며 실패를 하게 된다.

첫 번째는 초심자의 행운 단계다. 초심자는 처음에 본인의 무지를 인정하고 조심스럽게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얻는다. 두 번째는 수익을 맛본 투자자가 더 큰 수익을 꿈꾸며 투자 자금을 늘리는 단계다. 첫 수익을 통한 과도한 확신과 무리한 자금 확대 과정이다. 세 번째는 물타기 단계다. 어느 순간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 투자자는 손절하지 못하고 투자금을 더 늘려 물을 탄다. 이후 손실은 점점 더 커져간다.

2019년에 나온 논문이지만 마치 필자의 미래를 예견한 것처럼 현재 필자의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다시 30만원 오마카세와 SNS

30만원 오마카세가 유행하게 된 이유 중 일부는 코로나19 기간 자산의 급격한 상승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젊은 정치인을 비롯해 코로나19 기간 중 급격하게 자산이 늘어난 사람 몇몇을 필자 역시 알고 있다. 단기 유동성의 수혜로 자산이 급격히 상승한 그들에 의해 SNS, 유튜브 등에서 유행을 타게 된 값비싼 오마카세, 13만원짜리 망고빙수, 14만원 햄버거는 그 결과로 다른 MZ들의 마음 바닥을 살살 간지럽혔을 것이다.

자기가 번 돈으로 자기가 쓴 다는데, 뭐라고 하는 사람은 꼰대다. 다만 자기의 소비 수준을 한 참 벗어나 무리한 소비를 하는 사람 역시 '철이 들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앞선 기사의 댓글 중에 "소개팅 데이트 상대에게 오마카세를 사달라고 한다는 사람도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SNS와 마찬가지로 사실 확인은 힘들지만 사실이라면 씁쓸한 맛이 남는다.


사실 한 세대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30년이나 차이가 나는 그룹을 동시에 칭하는 'MZ'라는 말 자체는 완전한 논센스다. 그리고 10년을 주기로 한 세대를 규정 하더라도 언제나 그것은 일반론일 뿐 개개인의 속성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많은 언론, 미디어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세대'를 칭하는 말이 언제나 필요했고 'MZ'라는 말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 이 말은 한 동안 더 통용될 듯 싶다.

SNS의 단점을 지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등 각종 온라인 매체를 통해 주식시장과 재테크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 증권사에서 주식을 가장 잘 안다는 '센터장'들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비싼 돈을 받고 폐쇄적으로 정보를 공유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증권사의 센터장과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정보의 과잉과, 일부 신빙성 없는 정보의 의도적인 확산 등 부작용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금융 지식의 확대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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