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엄정화 "이렇게 친근한 반응 30년만에 처음...이혼 지지에 달라진 세대 체감"

      2023.06.05 09:22   수정 : 2023.06.07 17: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의 마돈나’로 불리며 노래와 연기 두 영역에서 정점을 찍은 엄정화는 요즘 또다른 전성기를 맞고있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찍으며 4일 인기리에 종영했기 때문이다.

김완선·이효리·보아·화사와 함께 출연하는 tvN 예능 ‘댄스가수유랑단’도 호평을 얻고 있다.

엄정화는 종영을 앞두고 만나 “요즘 행복지수가 99.9점”이라며 “지난 30년간 이렇게 친근한 반응은 처음”이라고 즐거워했다. “‘댄스가수유랑단’ 촬영차 대학 축제에 갔는데 젊은 친구들이 나를 차정숙이라고 부르며 반겨줬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차정숙은 내 인생 캐릭터”라고 말했다.




중년 차정숙의 독립 응원 “달라진 세대 체감”


‘닥터 차정숙’(연출 김대진·김정욱, 극본 정여랑, 제작 ㈜스튜디오앤뉴·SLL·JCN)은 순종적인 며느리와 아내로 살던 차정숙(엄정화 분)이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고 육아 때문에 포기했던 의사에 다시 도전하는 이야기다.

서툴지만 자신의 강점을 찾아가는 초보 의사의 직장 적응기를 바탕으로 새출발을 못마땅해 하는 철없는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날리는 통쾌한 반격과 주위를 넉넉히 품는 정숙의 성숙한 여정이 큰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냈다.

특히 남편이 첫사랑과 불륜을 저질러 혼외자식을 뒀다는 자극적 설정에도 인간에 대한 연민과 허를 찌르는 유머를 창작한 이 드라마는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전하며 전국의 남녀노소를 사로잡았다. 정숙이 뒤늦게 반성하는 남편 인호(김병철 분)에게 돌아갈지 호감을 보이던 의사 로이(민우혁 분)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지도 관심사였다.

엄정화는 종영을 앞두고 만나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든다"며 "실시간 댓글을 보면서 방송을 봤는데 시청자들이 남편과 이혼하는 결말을 성원해줘서 놀랐다. 로이와 잘됐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정숙의 독립을 바라더라. 시대가 많이 바뀌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차정숙의 도전은 같은 세대인 엄정화에게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정숙이 나이 때문에 받는 타박에 특히 공감했다”고 말했다.

“‘레지던트 거쳐 의사되면 오십’이라는 남편의 지적에 정숙이 ‘백세시대에 오십이면 청춘’이라고 대꾸하잖아요. 그 대사 좋았어요. 또 정숙이 상사에게 꾸지람을 당할 때 ‘나이가 많다고 해서 실수까지 무능으로 취급받는 건 부당하다’고 하는데 정숙의 세대를 대변해주는 대사 같아서 꼭 제가 연기하고 싶었죠.” 가장 속 시원했던 대사는 “남편이요? 죽었어요”를 꼽았다. 엄정화는 “현장에서 그 대사하자마자 큭큭큭 소리가 났다”며 “정숙의 돌려서 까는 능력은 배우고 싶다”라며 웃었다.

갑상선 수술 후 바닥난 자존감 "마음에 무엇을 담을지 고뇌한 시간"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 차정숙은 새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의사라는 직업에 더 사명감을 갖고 환자를 대한다. 엄정화 역시 지난 2010년 갑상선암 수술을 하며 큰 위기를 켞었다. 수술 부작용으로 8개월간 말을 못한 적도 있다. 목소리가 변하면서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는 “정말 외롭더라”며 당시를 돌이켰다. “그때가 마흔이었죠. (수술 후) 모든 시간이 감사하다고 느끼면서도 많이 힘들었어요. 마음에 어떤 것을 담아야하는지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죠. 부정적 생각에 잠식되지 말고, 사람을 만나거나 책을 읽거나 여행을 가면서 나 스스로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죠.”

무대서 늘 당당해 보이던 모습과 달리 “자존감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며 “주위에서 칭찬해도 난 늘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뒤늦게 깨닫고 좋은 책 읽으며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엄정화의 원동력은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인 것 같아요. 새 앨범도 준비 중입니다.(기대된다고 하자) 정말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쁘네요. ‘댄스가스유랑단’에서 과거 히트곡을 부르는 것은 과거에 머무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 하는 일을 깊게, 오래 잘하고 싶어요."

차정숙과 달리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이들에게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 뭐라도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자전거 타기나 줄넘기라도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생활의 즐거움이 되고 또 다른 것을 볼수 있는 눈을 열어줄 거예요."

아직 미혼인 그는 “늘 제 이상형은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답했다.
“(남편과 로이 중 택한다면?)저라면 남편보다 당연히 로이죠. ‘닥터 차정숙’ 이 종영돼 너무 아쉬워요. 시즌2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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