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또 올리면 정말 경기 침체" 전망
2023.06.05 13:53
수정 : 2023.06.05 13: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침체가 예상되던 미국 경제가 상반기에 기대 이상의 회복력을 보이면서 침체를 걱정하기 이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침체가 하반기에 시작된다는 경고도 있다.
美 경기 침체 신호 미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이하 현지시간)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려면 아직 멀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비농업 신규 고용 일자리는 33만9000개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19만개)를 크게 웃도는 숫자인 동시에 지난 4월 신규 고용(29만4000개)보다 많았다. 5월 수치는 최근 1년 동안 평균(34만1000개)과 비슷했다.
일자리가 늘었지만 임금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오르면서 시장 전망치와 일치했다. 5월 실업률은 3.7%로 시장전망치(3.5%)를 웃돌았으며 54년 만에 최저치였던 4월 실업률(3.4%)에 비하면 다소 증가했다. CNBC 등 현지 매체들은 일자리 증가와 임금 상승 둔화, 실업률 증가를 종합하여 노동 시장이 미국의 가파른 금리 상승에도 여전히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WSJ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언급하며 경기 둔화 정도가 인상폭에 비해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미 증시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연준이 금리를 가장 많이 끌어 올렸던 2021년 12월 말부터 2022년 10월까지 약 25% 떨어졌다 다시 20% 올랐다. 신문은 이러한 반등이 일반적인 경기침체 신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 주택판매 역시 지난해 급격하게 감소했지만 올 1월 이후 상승했다.
미 미시간 대학의 저스틴 울퍼스 공공 정책 및 경제학 교수는 WSJ에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 자산운용사 노던트러스트의 칼 타넨바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시장이 이렇게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동 및 소비 회복력 뛰어나...하반기까지 지켜봐야
WSJ는 노동 수요와 소비가 건재하여 경제가 버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정년이 가까워진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이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은퇴한 덕분에 노동자가 부족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미국 내 구직 규모는 1010만명으로 전월(970만명)보다 증가했으나 같은달 실업자는 570만명에 불과했다. WSJ는 이러한 인력 수급 불균형이 임금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또 신문은 미국인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시장에 풀린 막대한 돈을 모조리 저금한 탓에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쓸 돈이 넉넉하다고 지적했다. 연준 산하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들은 코로나19 창궐 이전의 평균 저축 규모와 비교했을 때 약 5000억달러(약 653조원)를 초과 저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 인터넷 여행 예약 사이트인 프라이스라인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렛 켈러는 "비행기표와 호텔 숙박비 상승에도 여행의 수요가 늘어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미 경제가 아직 건재한 탓에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으며 추가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준은 기준금리 상단을 지난해 3월 0.25%에서 지난달 5.25%까지 10회 연속 끌어올렸다.
미 상업은행 자산순위 2위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는 4일 CBS와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 "완만한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그는 미 경제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1·4분기에 완만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라며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나 상승했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역시 지난달 미국이 완만한 경기침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