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민주 혁신위원장, 각종 설화에 9시간 만에 사퇴

      2023.06.05 20:00   수정 : 2023.06.05 20: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당 혁신 기구 수장으로 점지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내정 9시간여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과거 발언 관련 논란에 따른 당 안팎 반발이 거세지자 내린 결정이다. 이 대표가 당 쇄신을 명분으로 내놓은 ‘혁신 기구 카드’가 시작도 전에 암초를 만나면서 이 대표 리더십 위기도 덩달아 고조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께 취재진에게 문자 메시지로 ‘이래경 이사장 사의 표명문’을 보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40분께 이 대표가 혁신 기구 수장 내정 사실을 밝힌 지 9시간여 만이다.
이 이사장은 입장문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 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며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 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이사장은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신에 대한 논란 제기가 부당하다고 강변했다.

앞서 인선 발표 직후부터 이 이사장 과거 발언들을 둘러싼 논란이 쏟아졌다.

문제가 된 것은 그의 페이스북 발언들이다. 그는 지난 2월 10일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조작설을 제기하며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들이 이번에는 궤도를 벗어난 중국의 기상 측정용 비행기구를 마치 외계인의 침공처럼 엄청난 국가 위협으로 과장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도 "북한의 폭격일 것이라는 건 근거가 없다. 자폭일 수도 있다"면서도 "원인 불명이라는 게 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윤가', 윤 정부를 '법치를 가장한 조폭 집단'으로 칭하며 윤 대통령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 내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윤가 집단으로 복합 위기의 누란에 빠졌다"며 "오직 유일한 길은 하루라도 빨리 윤가 무리를 권력에서 끌어내리는 일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대선 과정에 미국 정보 조직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지난 4월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인선 과정 불투명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이번 인선에 대해 당 지도부도 이날 오전에야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오늘 오전에 전달을 받았다"며 "한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전혀 모르는 인물이다. 누가 추천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추천 경위와 검증 과정에 대한 의문 등 당내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분출했다.

홍영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이사장은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되었던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며 "오히려 혁신 동력을 떨어트리고, 당내에 또 다른 리스크를 추가할 뿐"이라고 썼다.

한 재선 의원은 파이낸셜뉴스에 "이 대표에게 그나마 일말의 기대를 가졌는데 배신감을 느낀다"며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연히 (인선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했어야 한다. 의견 수렴도 안 하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그러나"라며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혁신 기구를 만들자고 했는데 완전히 이재명의 민주당을 완성시킬 사람을 갖다 꽂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 과거 발언들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이던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본인이 사임하겠다고 해 본인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혁신 기구 수장 인선과 관련해서는 “역량과 인망이 있는 분을 참조하겠다”고 말했다.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혁신 기구 구성 시도를 계속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인사 실패’와 ‘검증 부실’에 대한 당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당에서 부족했던 부분, 앞으로 고쳐 나갈 부분은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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