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치솟는 가계대출·연체율...신용생명보험이 해결방안 되려면?

      2023.06.10 06:00   수정 : 2023.06.10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신용생명보험은 신용대출을 받은 소비자가 장애를 갖게 되거나 큰 질병에 걸려 소득활동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그리고 사망을 했을 때 부채상환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을 막아주는 보험입니다. 이 때문에 가계대출 완화에도 도움을 주고, 저신용자들의 신용대출에서 가장 큰 효용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신용생명보험 제공에 있어서 중요한 목적은 ‘사회적 가치’로, 보다 많은 차주들이 신용생명보험을 통해 대출을 더 잘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포용금융을 실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사망을 넘어 비자발적 실업까지 신용보험 보장 영역이 확대된 상황입니다.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로빈 펑드리그 전무)

가계대출과 연체율이 증가세를 보이며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가계부채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 신용생명보험이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국내 신용생명보험 시장은 전체 생명보험 시장, 해외 신용생명보험시장과 비교했을 때 규모도 작고 인지도도 미미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전월(677조4691억원) 대비 1431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증가세 전환으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 신용대출금리가 모두 하락세를 기록한 영향이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취급액이 2조 263억원으로 전년 동월(1조5510억원)대비 30.6% 증가했다.

이렇듯 대출이 증가하며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2.2%로, 세계 주요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또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기간 가계여신을 중심으로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가계부문 부실위험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14%p 증가한 0.31%로 집계됐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 또는 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을 경우, 보험회사가 채무자를 대신하여 채무잔액을 은행 등 채권자에게 상환하는 형태의 신용생명보험을 내세우고 있다.

신용생명보험, 왜 중요한가
금융권에는 신용생명보험 활성화가 대출고객과 금융기관, 금융당국 모두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먼저 대출고객의 경우, 신용생명보험금으로 잔여 부채를 탕감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신용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구상권(제3자가 채무를 대신 갚아준 뒤 원 채무자에게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청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빚의 대물림' 없이 가족과 자산을 보호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신용생명보험을 통해 부실채권 방지를 통한 여신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은행의 신용위험이 감소하면 그에 상응하여 대출한도 확대도 가능하다.

금융당국 역시 신용생명보험을 토대로 가계대출 관리와 소비자 금융 안정 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신용생명보험이 '사회적 안전망'을 위한 수단으로 인정받으며 시장이 활성화된 실정이다.

여러 보험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 역시 "신용생명보험 활성화를 통해 국가경제의 건전성 확보와 사회적 안전망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관계자는 "신용생명보험은 대출자가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 놓는 안전장치나 마찬가지"라며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다중채무가 많기 때문에 대출 미상환 위험을 방지하는 신용생명보험이 급증하는 연체율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신용생명보험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고금리 상황 가운데서는 대출 증가에 따른 재정 건전성 유지의 측면에서 신용보험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국 신용생명보험 시장은 여전히 '깜깜'...왜?

그러나 한국 신용생명보험 시장의 상황은 좋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용생명보험을 판매 중인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의 최근 5년간 신용생명보험 신계약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에서 2022년까지 단체형·개인형 신용생명보험 신계약 건수의 총 합계는 11만4103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생명보험 신계약 건수 총 합계가 7104만4968건이라는 점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적은 수치다.




BNP파리바 카디프생명과 함께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 역시 "예전에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하다가 중단했는데, 지난해 새로 신용생명보험상품을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의 신계약건수를 집계했을 때 100건 미만인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캐나다,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신용보험 활용도가 높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캐나다의 모기지 신용생명보험 가입비율은 9%에 달한다. 또한 일본의 경우 장기 주택담보대출 관련 단체신용생명보험 시장이 발달되어 있는데, 민영 은행뿐만 아니라 일본주택금융공사에서 가입을 유도하며 보험료는 대출금리에 가산하는 방식이다.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이 일본생명보험협회와 일본 주택금융청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계산한 일본 단체신용보험 침투율을 살펴보면, 지난 2012년에서 2021년까지 매년 침투율이 90%를 초과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2021년의 경우, 단체신용보험 침투율이 99.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신용생명보험이 활성화되지 않은 주요 이유로 판매규제, 은행의 소극적 대응, 소비자 보호 관련 문제 등을 꼽는다.

김 위원에 따르면, 신용생명보험은 대출고객의 사망으로 인한 대출 미상환 위험을 방지하는 순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에서 대출과 연계하여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할 경우 신용생명보험을 대출상품에 대한 꺾기 상품(구속성 보험계약)으로 오해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불공정영업행위로 간주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은행 내 대출창구와 보험가입 창구의 분리 등의 제약으로 대출자가 대출기관으로부터 신용보험을 안내받는 것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은행 또한 신용생명보험을 통해 은행이 수취할 수 있는 모집수수료는 적은 반면 판매에 따른 민원 발생 및 규제 위반에 대한 우려가 높아 신용생명보험 판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보험가입을 대출 조건으로 오해하거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여지도 있어 소비자 보호 차원의 문제도 존재한다.

신용생명보험시장, 활성화 가능할까
김 위원은 신용생명보험에 대한 소비자·은행·금융당국의 인식 개선을 기반으로 규제 개선과 소비자 보호 방안이 수립되고, 상품 개선이 이루어져야 신용생명보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최승재 의원은 지난 4월, 대출성 상품에 관한 계약체결 시 신용보험을 판매하는 행위를 불공정영업행위의 예외로 정하여 허용함으로써 금융소비자의 대출에 따른 위험관리 수단으로 신용보험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앞서 지난해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국내 시장에서 신용보험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최승재 의원의 발언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공감을 표한 바 있다.
신상훈 금융위 보험과장 또한 지난 2월 정책토론회에서 "향후 국회에서 (금소법 일부개정안) 법안이 논의되면 금융당국 차원에서 입법화에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언급하며 당국 차원의 신용생명보험 활성화 지원 의사를 드러냈다.

나아가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 방안’에 따르면,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과 관련해 신용보험이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은 상품'으로 허용 상품범위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는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하고 보험계약 체결이 가능한 보험사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환대출 플랫폼에 이어 위 플랫폼 출시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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