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깊은 정서 사랑했던" 조지 윈스턴 별세(종합)
2023.06.07 16:50
수정 : 2023.06.07 18: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3월, 일본의 유명 작곡가이자 뮤지션이었던 사카모토 류이치(71)에 이어 1980∼90년대를 주름잡았던 미국의 '자연주의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이 별세했다. 향년 73세.
6일(현지시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윈스턴은 4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들은 윈스턴이 지난 10년간 암 투병을 했고, 수면 중에 고통 없이 영면에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앞서 2012년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앓아 투병했고 골수이식을 받았다.
미국 서부 몬타나에서 태어난 윈스턴은 자연 환경이 뛰어난 미시시피, 플로리다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벤처스 등 연주음악 위주 밴드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전자 악기와 오르간을 배웠고, 고등학교 졸업 후 어쿠스틱 피아노를 연주했다.
포크, 블루스 등 1970년대 음악에 관심을 보이다가 1980년대에 접어들며 자연을 닮은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뉴에이지를 대중화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윈드햄 힐 레코드사와 함께 ‘오톰’(1980) ‘윈터 인투 스프링’(1982) ‘디셈버’(1982) 등 계절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하며 음악적·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디셈버’는 국내에서도 100만장 이상 판매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긴 공백 후 1991년 ‘서머’를 발표하며 계절 연작 시리즈를 마감했고 1994년 ‘포레스트’로 자연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표했다.
한국팬을 위해 보너스 트랙으로 ‘아리랑’을 수록했던 ‘플레인즈’는 유년기를 보낸 몬타나의 자연을 주제로 연주했다.
자신의 시그니처와 같은 자연주의 음반과 별개로 더러 자신의 음악에 영향을 준 뮤지션들의 곡을 연주한 음반도 냈다. 1996년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빈스 과랄디 트리오에 대한 오마주 앨범 '라이너스 & 루시'를 발표했다. ‘라이너스&루시’는 빈스 과랄디 트리오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어깨동무 찰리 브라운’에 나오는 남매 루시와 라이너스를 주제로 만든 곡이었다.
또 자신의 레이블 '댄싱 캣'을 통해 하와이 전통 악기인 슬랙 키 기타의 명인들을 발굴하는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윈스턴은 2009년 내한 공연을 앞두고 한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을 사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깊은 정서'를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전통음악 역시 좋아한다"고 덧붙인 그는 "한국의 전통 음악은 표현이 매우 풍부하다"고 이유를 댔다. 또 "한국 사람들은 좀 더 깊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민족인 것 같다"고도 했다.
1997년 첫 내한한 윈스턴은 2011년까지 무려 열한 차례 한국을 찾았다. 1998년 방한 당시 IMF 사태를 겪은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 출연료 전액을 '실직자를 위한 기금'으로 쾌척하기도 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