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는 외교'서 '숨쉬는 외교'로 전격 전환"..韓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재진입

      2023.06.09 06:00   수정 : 2023.06.09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11년만에 비상임이사국에 재진입함으로써 다시한 번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제적 역할 등을 실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이날 투표에 참여한 192개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인 180개국의 찬성표를 획득해 2024∼2025년 임기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한국은 이번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세 번째 임기다.

지난 1996∼1997년 유엔 가입 5년 만에 첫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된 데 이어 두 번째로 2013∼2014년 임기를 마친 이후 11년 만이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선출 발표 직후 "많은 회원국의 지지를 받아 안보리에 진출하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보편적 가치와 유엔 헌장의 원칙에 기반을 둔 외교, 개도국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세계 평화와 자유,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도 "안보리 수임 활동에 대비해 외교부 내 안보리 T/F’를 발족해 이를 중심으로 안보리의 주요 현안에 대응하고 의제별 논의 진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본부와 주유엔대표부 및 각 공관 간 협업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길주 박사 "이번 비상임이사 재진입은 과거 1,2차때와는 다른 중요한 환경"

전문가는 이번 비상임이사국 재진입의 경우 과거 1,2차 때와는 다른 글로벌 외교환경에서 이룬 쾌거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패권 다툼 등 어느때보다 역동적인 국제사회 이슈가 분출하는 가운데 향후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교안보전문가인 반길주 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2024-25년 임기로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된 것은 기존의 1, 2차 비상임이사국과 차별화된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며 "현재 국내적으로는 정부수립 후 가장 위상이 높은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국제적으론 신냉전이라는 특징을 보이는 가운데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역학을 제공한다"고 짚었다.

반 박사는 이번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선출의 의미에 대해 한마디로 "한국이 '숨는 외교'에서 '숨 쉬는 외교'로 전격 전환한 것이 다차원적으로 승수효과를 내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비상임이사국 세 번째 선출을 계기로 G7, G20, NATO 등 또 다른 국제무대에서도 그 위상을 상승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도록 정교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는 과제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 박사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선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우선 △'한국의 선진강국 위상 강화에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기존의 4강 외교, 지난 정부의 북한 올인외교를 타파하며 '글로벌 중추국가(GPS, Global Pivotal State)”를 지향하는 가운데 외교적 지평을 대폭 확대해 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지속적인 성과의 체계성을 갖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전략'이라는 정책문서로 나타났고, 한국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것은 이것이 선순환된 측면이 있다고 반 박사는 봤다.

내년 한미일 3국이 모두 안보리 이사국..북핵 공조 극대화

반 박사는 또 '한·미·일 안보공조 강화'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반 박사에 따르면, 신냉전기 들어 유엔 등 국제무대는 '민주주의 진영 vs. 독재진영'의 구도가 굳어지면서 핵무력 고도화를 이어가는 북한에 대해 엄중한 경고는커녕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상임이사국이 북한을 두둔하는 기이한 구도가 만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겐 이러한 신 냉전기 구도는 실질적 핵무장국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호기가 판단하는 속내가 드러나고 있다는 게 반 박사의 인식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의 비상임이사국 선출로 2024년에는 한국, 미국, 일본이 모두 유엔 안보리에서 이사국 자격으로 안보공조에 적기가 마련돼 북한의 핵위협과 도발에 제대로 맞서는 강력한 연합 레버리지가 창출되는 것이라는 게 반 박사의 판단이다.

아울러 반 박사는 "신냉전 구도를 한·미·일이 나서서 글로벌 민주진영에 유리한 구도로 만드는 연합 리더십 구현도 가능하다는 강점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기여외교와 안보역할의 선순환' 측면에서도 이번 비상임이사국 재진입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국은 GPS 기조를 이어가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협력 등을 통해 기여외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안보 문제에서 심도 있는 역할을 하게 되면 내실 있는 기여외교를 이어가는 데도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이번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선출을 계기로 결국 안보, 경제 등 다양한 요소를 하나로 묶어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다하는 단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엔안보리 국제법적 구속력 가진 유일한 유엔 기구

한편 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국과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5개 상임이사국은 각종 논의에서 주어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나머지 비상임이사국은 거부권 없이 유엔 안보리의 현안 논의와 표결에 참여한다.

하지만 안보리는 제재 부과나 무력 사용 승인과 같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유엔 기구다.

한국은 임기 개시 5개월 전인 오는 8월부터 안보리 이사국 대상 문서 배포망에 포함되고, 3개월 전인 10월부터는 예비 이사국 자격으로 이사국 간 비공개회의, 결의안과 의장성명 문안 협의를 포함한 안보리의 모든 회의를 참관할 수 있다.

아태 지역에서 1개국, 아프리카에서 2개국, 중남미에서 1개국, 동유럽에서 1개국을 각각 선출했다.
한국은 이번 선거에서 아태그룹의 단독 후보로 나섰다.

앞서 한국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공약으로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키워드에 맞춰 △평화유지(PKO)·평화구축에 대한 기여 △여성과 평화 안보에 대한 기여 △사이버안보에 대한 기여 △기후변화 극복에 대한 기여 등 네 가지 중점 과제를 발표했다.


또 최빈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여국으로 성장한 경험을 토대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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