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수사에 집중한 특수본… 예방·치료 정책도 마련해야
2023.06.08 18:10
수정 : 2023.06.08 18:32기사원문
■마약과의 전쟁 선포
8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4월 사이 세관에 적발된 마약밀수 범죄는 총 205건, 압수된 마약의 중량은 213.05㎏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250건) 대비 적발건수는 줄었지만 적발된 마약의 중량이 32.09% 늘어난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수치는 세관에 적발된 밀수건수일 뿐 세관의 수사망을 피해 밀수된 채 국내로 유통되는 마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2월 검찰은 4대 권역 검찰청(서울·인천·부산·광주지검)에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범정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했다. 각 팀의 팀장에는 마약수사전담부 부장검사를 배치했고, 마약 전담 검사 11명과 마약수사관 54명 등 총 69명의 검찰인력을 투입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대검찰청·경찰청·관세청 등이 손잡고 범정부 차원의 마약 대응을 위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출범했다. 특수본은 검찰 377명과 경찰 371명, 관세청 공무원 92명 등 마약 수사 전담인력만 총 840명이 투입된 '매머드급' 조직이다.
검찰은 외부조직과의 협업뿐 아니라 내부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지난달 대검찰청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통합된 현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반부패부와 마약·조직범죄부로 분리했다. 마약 수사를 전담하는 지휘부서를 만들어 수사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마약 수사 컨트롤타워 필요
검찰의 움직임에도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우려하고 있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는 "컨트롤타워라고 하면 복수의 기관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독립기구를 지칭하는데, 지금의 특수본은 검찰 내부에 위치한 부서 중 하나"라면서 "밀반입 수사를 전담하는 세관, 국내 유통 수사를 전담하는 경찰, 마약사범 기소를 전담하는 검찰 등 독립된 정부부처를 포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 보니 유관 부처 간 협업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라며 "당장 상대기관의 수사기록을 열람하거나 상대기관이 보관 중인 증거품을 열람하려면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이 크다"고 언급했다.
실제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범정부 차원의 독립적인 마약수사기구를 운용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국가마약정책국(ONDCP)'이란 범정부적 독립기구를 통해 각 연방 기관을 초월한 국가적 마약통제정책을 수립하는 등 원스톱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영국은 '국가범죄청(NCA)'이란 별도의 기구에서 국내외 마약범죄를 전담하고 있다.
■마약범죄 예방·치료에도 나서야
아울러 전문가들은 유통망을 막고 엄벌하는 것으로 마약 문제를 뿌리 뽑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 변호사는 "마약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공급 차단'과 '수요 억제'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수요 차단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치료·재활 쪽에도 관심을 기울여 마약 수요 증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재범자의 발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마약의 수요를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언급했다.
법무연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마약류 범죄로 교정시설에 복역한 사람이 출소 후 3년 이내에 다시 복역한 비율은 42.1%에 달했다. 절도(50.9%)와 폭력(29.5%), 강도(25.2%) 등 각종 강력범죄의 재복역률과 견줘, 절도를 제외한 나머지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팀장은 "마약류 중독은 불법 마약류뿐만 아니라 처방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의료용 마약을 통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수요 억제 등 예방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컨트롤타워가 장기적으로 유통·수사·처벌·예방·치료·재활 등 마약범죄를 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끔 상설기구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약수사 형사 출신인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특별단속기구를 만드는 등의 대응방안은 일시적인 정책에 불과하다"며 "현행 특수본을 넘어 교육·의료·법조·사회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상설기구로서의 마약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