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각광' 제이알 크로니클스 회고전..대표 작품은?
2023.06.09 16:22
수정 : 2023.06.09 16: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세계적인 프랑스 사진작가 '제이알'(JR)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 '제이알: 크로니클스'가 MZ세대에 각광 받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의 적극적 소통 방식과 인권 수호를 위한 따뜻한 감성이 '대흥행 카드'다. 이번 회고전에서 MZ세대는 제이알의 어떤 작품에 주목할까.
9일 제이알 회고전 주최 측인 롯데뮤지엄에 따르면 제이알의 지난 20년간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이번 전시는 제이알의 대규모 단독 회고전이다.
이중 대표적으로 MZ세대에 주목받는 작품은 이번 회고전의 메인 사진 중 하나인 '브라카쥐, 래드 리'다. 프로젝트의 첫번째 사진이며, 제이알 작업의 근간이 되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사진 전면에는 무기처럼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사람은 제이알의 친구이자 영화 '레 미제라블' 감독인 래드 리인데, 제이알이 그를 찍기 위해 렌즈 초점을 맞추는 동안 동네 아이들이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며 다가왔고, 이 사진은 그 순간을 우연히 담아낸 것이다.
유색인종이 들고 있다는 이유로 카메라가 한순간 무기로 변모한 이 사진은 편향된 미디어가 우리에게 어떠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지 잘 나타내는 작품이다.
2005년 제이알이 친구 마르코와 함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방문해 만든 프로젝트인 '페이스 투 페이스'도 대표적이다. 사진에서는 교사나 의사, 운동선수, 예술가 등 직업을 가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준다.
제이알은 언론을 통해 두 지역간의 적대감을 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사진을 함께 전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두 지역 주민들은 모두 흔쾌히 벽을 내주었고, 사람들은 지나가던 길을 멈추고 프로젝트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제이알이 사람들에게 두 사진 중 누가 어느 지역 사람인지 맞혀보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이 선뜻 답하지 못했는데, 벽을 지나가는 두 지역의 사람마다 프로젝트에 관해 궁금해 했고, 제이알은 설명이 담긴 책자를 만들어 나눠줬다. 작품을 통해 인간의 적대성은 원초적인 게 아닌, 잘못된 인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와 별도로 '총기 연대기: 미국의 이야기'와 '인사이드 아웃'도 MZ세대로부터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다. 우선, '총기 연대기: 미국의 이야기'는 미국의 총기 사용에 대한 개인의 다양한 관점을 시각화한 비디오 벽화다.
사람들이 원탁에 모여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상상하며, 총기 수집가, 사냥꾼, 경찰, 총격 희생자, 총기 난사 사건의 피해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총기 산업의 로비스트 등 여러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을 기획한다.
제이알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참여자를 찾았고, 마침내 250명의 사람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해당 작품이 완성된다. 이 작품은 시사주간지 '타임'뿐 아닌 영상 작품으로도 미국 전역에서 전시됐다.
벽화 속 주인공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오랜 시간 대립해온 토론의 주제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인사이드 아웃'은 청중을 작업에 참여시킬 수 있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제이알은 누구든지 사진을 찍어서 제이알 스튜디오로 보내면 사진을 출력해서 전 세계 어디로든 무료로 보내주기 시작했다. 전세계 149개 국가에 50여만장의 사진 포스터가 발송됐고,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제이알은 '인사이드 아웃'을 진행하면서 세상에 자신을 표현하고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전시장 벽면을 채운 여러 대의 모니터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은 '인사이드 아웃'에 참여한 사람들의 기록이자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이주자들, 국경을 넘은 소풍'도 제이알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2017년 당시 제이알이 멕시코 테카테에 사는 1살짜리 아이 키키토의 대형 사진을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설치하면서 공개됐다.
많은 사람들이 울타리 너머 내려다 보는 듯한 모습의 거대한 아이 사진을 보러 와서 국경의 울타리를 통해 스마트폰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사진을 찍었다. 한 달 내내 국경에서 만나 스마트폰을 주고받는 사람들을 보고, 제이알은 이 프로젝트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마무리지어야겠다 결심한다.
제이알은 국경을 관통하는 테이블을 만들어 두 국가 사람들이 함께 점심을 먹는 것을 계획했지만 미국에서 허가하지 않자 다른 방법으로 계획을 진행한다.
제이알은 멕시코에서 태어나 불법 이주한 부모를 따라가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마이라'라는 여성의 눈을 촬영한 작품 사진을 테이블에 붙였는데, 키키토와 그의 가족, 미국과 멕시코에서 온 수십 명의 손님들은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피크닉에 참석한 것이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밴드 연주자들은 동시에 음악 연주를 시작했고, 사람들은 장벽의 존재를 잊은 채 피크닉을 즐겼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전 세계인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제이알은 대립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끊임없는 소통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상상 이상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예술로 뛰어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술계는 인간의 존엄성을 내포한 제이알의 작품들이 MZ세대에 이해하기 쉽게 어필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QR 코드 감상평 등 작가와의 적극적 소통 방식이 예술의 난해한 장벽을 허물었고, MZ세대의 흥행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제이알 회고전은 오는 8월 6일까지 계속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