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K-방산'..컨트롤타워 강화로 글로벌위상 높인다
2023.06.12 06:00
수정 : 2023.06.12 06:00기사원문
윤석열 정부들어 국내 기술로 개발된 각종 핵심 전력들에 대한 해외 수출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는 등 한국의 성공적인 국방외교가 국가경제 기여도를 높여가고 있다. 전차·자주포, 경공격기 등을 중심으로 한 방산수출이 장기간 글로벌 침체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한국경제를 일으킬 신(新)성장동력으로 발전해 가고 있으며 올해도 각종 핵심 무기체계들에 대한 해외 시장의 러브콜이 이어질 전망이다.
■百聞不如一見,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으로 방산수출 지원
11일 군 당국 및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의 구릉 위 여러 표적을 향해 전차와 장갑차, 전투기 등이 동시다발 정밀타격을 실시했다.
2017년 4월 이후 6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한 한·미의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의 한 장면이다. 올해 훈련은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열린 훈련엔 방한 중인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참관해 한국산 무기의 위력을 체험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이종섭 장관,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등과 함께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포, F-35A 스텔스 전투기, 아파치 공격헬기 등에서 쏟아낸 화력을 '직관'하면서 여러 번 '인상적'(impressive)이라고 말했다.
훈련 종료 후 그는 이종섭 장관과 함께 훈련에 참가한 한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장비전시장으로 이동해 K808 백호 차륜형 장갑차와 드론 3종, K239 천무 다연장로켓포, 천궁Ⅱ 지대공 미사일 등 우리 군의 주요 전력을 시찰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엄동환 방사청장에게 폴란드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K808 백호 장갑차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이날 오전엔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열린 폴란드 수출형 FA-50 1호기 출고식에도 참석했다. 폴란드는 시급한 전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대규모 '항공정비와 훈련센터 시뮬레이터"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져 관련분야에서 군사협력과 수출확대도 전망된다.
■K-방산수출, 2006년 대비 69.2배·2021년 대비 2.42배 성장
러-우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동·북유럽부터 북미, 아시아·태평양, 중동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전문지 애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 2022)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국방예산은 기존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2조20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향후 10년(2023~2032년)간 전 세계 국방예산은 기존 전망치 대비 2조달러(2600조원), 무기 획득예산은 6000억달러(780조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며, ‘글로벌 방위산업의 골드러시(Gold Rush) 시대’ 선점을 위한 주요 무기수출국들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민국은 방위사업청이 개청한 2006년엔 K-방산 수출의 총금액은 2.5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21년 70억달러에 이어 2022년 173억달러(한화 약 22조5000억원)로 역대 최대 방산 수출 계약을 기록했다. 2006년과 비교해 약 69.2배, 2021년 대비 2.42배 는 셈이다.
K-방산의 수출 성과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의 기여가 크다. 2022년 폴란드와 우리 방산기업이 체결한 금액은 124억달러(한화 약 16조1000억원)으로 전체 방산 수출액의 71.6%를 차지한다.
폴란드가 도입한 한국산 주요무기는 △K2 전차 180대(1차) △K-9 자주포 670문 △FA-50 경공격기 48대 △K239 다연장로켓포(천무) 288문이다.
■가격 경쟁력, 빠른 공급 능력, 우수한 무기 체계에 기술이전+무역금융지원
무기체계는 해당 국가의 안보와 엄청난 비용을 고려해야 하고, 무기 도입후 20~30년간 장기간 후속 군수지원·정비를 요하기 때문에 다각도로 깊이 있는 검토를 거치게 된다. 그 때문에 국가 간엔 방산군수공동위를 열고 방산업체의 무기체계를 지속적으로 홍보하면서 수출이 이뤄진다. 방위산업업체가 개별적으로 해당 국가의 카운터 파트너를 만나서 홍보와 협상을 진행하기도 한다.
폴란드가 한국방산 무기를 선택한 이유는 △실전 전장에서 입증이 되었던 장비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장에 실전 배치할 수 있는 방산 생산·공급 능력, △현지 업체나 국가가 기술을 이전받는 부분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K-방산 수출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또 최근 방산 무기체계의 수출은 보편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무기수출을 위해서 일종의 대출을 해주고 순차적으로 회수하는 무역금융지원도 사전에 고려해야 하는 특성을 보여 우리나라가 이러한 시스템의 지원이 가능했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선진국들이 기술 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방위산업의 특성과 주요 수출무기 체계의 개발 과정에서 안타까운 과로사 사례의 발생 등으로 미루어 많은 엔지니어와 스텝들, 수출 성사 과정에서 관련 공·사 관계자들의 열정과 희생, 피와 땀이 그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정부와 군의 국방외교 활성화, 軍 국익 창출 집단으로 새롭게 인식되는 기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마라도함(LPH) 함상에서 진행된 부산 벡스코(BEXCO)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 마지막 날 환송 만찬에서 대독한 축사에서 "대통령부터 1호 영업사원이 돼 국내 방위산업 기업의 수출 촉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방산 수출 대상국에 정비와 교육훈련, 후속 군수지원, 금융지원 등 무기체계 운용에 대한 노하우를 패키지로 지원하겠다"고 역대 처음으로 '방산 세일즈' 축사를 했다.
이번 행사엔 영국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방글라데시에서는 방산 담당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방문했다. 콜롬비아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카자흐스탄, 태국에서는 군 참모총장·사령관급 장성들이 행사장을 직접 찾았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해군 대표 장성들도 MADEX 기간 전시장을 찾아 각국 대표단과 소통하며 해양 방산 수출을 적극 지원했다.
현재 한국은 폴란드와 2차 수주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 유대와 상생을 추구하되 한국도 동유럽 수출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 △기술이전과 △금융지원 △폴란드의 현지생산 조건까지 모두 제공하는 상황에서 K-2 전차의 기술을 배운 튀르키예의 알타이 전차가 세계 방산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형제의 난'을 일으킨 사례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방산수출 4대 강국 진입’을 위해선 정밀한 방산 컨트롤 타워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방산 무기는 여러 국가에서 생산된 것을 조합해 체계통합을 하는 특징이 있어 때로는 제3국에 수출을 할 때 걸림돌이 되므로 필요에 따라 핵심요소를 국산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면서 K-방산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편, 정부와 군도 관련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면서 국방외교와 방산수출 간의 선순환 구조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군의 국방외교 활성화에 대한 기여는 국가 방위라는 기본 책무를 넘어 국익을 창출하는 집단으로 새롭게 인식되는 기회를 가져올 전망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