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면 지옥이야" 갈수록 팍팍해지는 자영업자
2023.06.12 05:00
수정 : 2023.06.12 04: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자영업자들의 숫자가 180만명 넘게 늘었지만, 평균 소득은 매년 감소했다. 자영업 가구 중 약 39만 가구는 소득의 70% 이상을 빚을 갚는데 쓰고 있었다.
올 여름 전기요금 인상으로 나갈 냉방비도 걱정이다. 앞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건비도 오르게 된다. 자영업자 2명 중 1명은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냉혹한 자영업…연평균 2천도 벌기 힘들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자영업자(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사업소득을 신고한 사람)의 수는 2017과 비교해 5년 만에 184만2000명 증가했다.
자영업자 수는 △2017년 472만6000명 △2018년 502만2000명 △2019년 530만9000명 △2020년 551만7000명 △2021년 656만8000명 등으로 매년 늘었다.
이처럼 자영업자 수는 꾸준히 늘었지만 이들의 소득은 정반대 모습이다. 2021년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연간) 1952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2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평균 소득은 2017년 2170만원에서 △2018년 2136만원 △2019년 2115만원 △2020년 2049만원 등으로 매년 떨어졌다.
중위 소득 역시 2017년 830만원에서 2018년 817만원, 2019년 798만원, 2020년 755만원, 2021년 659만원으로 거듭 감소했다.
소득 감소 흐름은 벌이가 적은 영세 자영업자에게서 더 두드려졌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평균 소득은 186만9000원에서 84만1000원으로 55.0% 급감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인 자영업자들의 평균 소득은 2017년 7744만9000원에서 2021년 7308만8000원으로 5.6% 줄었다.
100만원 벌면 70만원 빚 갚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자영업자들은 소득의 많은 부분을 빚을 갚고 있다. 특히 소득이 적은 자영업 가구일수록 번 돈으로 빚 갚은 데 쓰는 비율이 더 높았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금융부채가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인 자영업 가구는 38만8387가구로 집계됐다. 전국 2만여 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해 추정한 결과다.
DSR이 70% 이상인 자영업 가구의 금융부채는 모두 109조원에 달했다. 전체 가구의 소득 하위 30%에 속하면서 금융부채가 있는 자영업 가구(39만1000가구) 가운데 DSR이 70% 이상인 '고DSR 가구' 비중은 21.7%(8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부채가 있는 자영업 가구 전체의 고DSR 가구 비중인 12.4%의 약 2배 수준이다.
DSR이 40%를 초과하면서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넘는 '고위험' 자영업 가구는 9만3000가구로 집계됐다.
전기료, 최저임금 인상 걱정
올여름 전기요금 생각에 자영업자들은 벌써부터 한숨이다. 올여름 폭염이 예보됐는데,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8원 올라 현재 수준보다 약 5.3% 인상됐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에어컨 적정 온도나 저렴한 냉방기기를 알려주는 등 자구책을 공유하기도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도 걱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및 경영·근로실태 설문조사'에 나선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6명(58.4%)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행 최저임금(시급 9620원) 수준에 대해 10명 중 4명(43.2%)은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영업자의 과반 이상(55.0%)은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내년에 최저임금을 1~3% 미만 인상 시 9.6%, 3~6% 미만 인상 시 7.2%가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4.7% 오른 1만2000원을 요구한 상황이다. 파이터치연구원는 이렇게 될 경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19만명이 1인 자영업자로 바뀐다고 분석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