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역할 재정립' 시사한 이창용 "비은행 방치 못 해.. 유동성·뱅크런 대응수단 확충"

      2023.06.12 17:55   수정 : 2023.06.12 17: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중앙은행의 역할 재정립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시중은행 등 은행권에 대해서만 관리해왔다면 비은행권으로 관리·감독 범위를 넓히고 유동성 위기, 뱅크런 등에 대응할 정책수단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총재는 "올해는 한국은행의 진정한 실력을 평가받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보다 정교한 통화정책 운용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한국은행이 정책과 내부경영 모두에서 발전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은 역할 재정립'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금융안정이라는 한국은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감독권한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 한국은행의 주된 정책대상은 은행이었다. 하지만 비은행금융기관의 수신 비중이 이미 2000년대 들어 은행을 넘어섰고 한은 금융망을 통한 결제액도 비중도 지속적으로 커졌다"라며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불안 요인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행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법에서 금융기관이라 함은 은행만을 의미한다"면서 "은행과 비은행간 상호연계성도 증대됐기 때문에, 감독기관과의 정책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을 통해서라도 금융안정 목표 달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동성 관리 수단과 디지털 뱅크런에 대비한 정책 수단도 필요하다고 봤다. 기존에는 통안증권 발행 등 유동성 흡수에 중점을 두고 유동성 관리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유동성 공급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필요한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총재는 디지털화된 금융 환경에서 갑작스러운 대규모 예금 인출로 발생할 수 있는 디지털 뱅크런에 대비해 '상시적 대출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시간총액결제 도입과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도입에 대한 준비도 언급했다. 또 이총재는 챗GPT 등 IT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올해는 특히 한국은행의 진정한 실력을 검증받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정교한 통화정책 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간 대부분 중앙은행들이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다면, 올해부터 국가별로 물가상승률과 경기상황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면서 각국에 맞는 정교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진단에서다.

이 총재는 조직문화 및 내부경영에도 변화를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드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수인력 확보와 유지를 위해 급여와 복지 수준도 높이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민간부문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수인재 확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급여와 복지를 민간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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