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단호히 맞서되 제2 한한령은 경계를
2023.06.12 18:14
수정 : 2023.06.12 18:14기사원문
야당 대표가 중국대사 관저를 방문한 것 자체가 격에 맞지 않고 전례가 없던 일이다. 우리는 우선 이 대표가 중국대사의 초청에 응한 것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본다. 설령 예상하지 못했다 해도 멍석을 깔아둔 것은 이 대표다. 정중히 사양했어야 했다. 야당 대표를 앉혀 놓고 '후회할 것' 운운한 중국대사의 행태는 명백한 내정간섭이다. 국력을 업은 중국의 안하무인적인 '전랑(戰狼)외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비단 우리와의 사이에서만 문제 된 것은 아니다.
그런 중국에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외교 주권 행사의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여당에서는 "싱 대사에게 우리 국민 앞에서 진심 어린 공개사과를 하라는 최후통첩을 하고, 거부한다면 지체 없이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지속적인 강대강 대응으로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은 중국이나 우리나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미국, 일본과 더불어 삼각공조로 북핵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는 것은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미·중 패권다툼 사이에서 한국이 동맹인 미국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실리의 측면에서 본다면 격한 대립과 감정적 대응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철수해야 했다. 안보주권 행사에 중국은 자국 안보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지금까지도 이른바 '3불 정책'을 준수하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우리 정부로서도 할 말은 어느 정도 했다고 보며, 중국을 더 자극함으로써 제2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부를 이유는 없다고 본다. 중국이 무서워서도 아니다. 단지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중국은 결코 의도적으로 멀리할 수도 없는 존재다. 국가 간의 갈등은 있을 수 있고 강대국의 위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국제관계의 현실이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이웃 국가다.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관광, 환경, 교육 등에서도 교류와 협력이 빈번한 나라다. 미우나 고우나 북한을 컨트롤할 수 있는 국가도 현재로서는 중국밖에 없다. 대화로 갈등을 풀 길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도 상호 존중하는 한중 수교 정신을 잊지 말고 위압적 태도를 당장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