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뛰어넘은 반도체학과..이공계 최고학과 올랐다..삼성-SK 우수인재 선점

      2023.06.13 16:20   수정 : 2023.06.13 16: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채용연계형 반도체 계약학과가 주요 대학에서 '전화기(전자공학·화학공학·기계공학)'를 넘어 명실상부한 이공계열 최고 학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만과 미국도 반도체 인재난에 골머리를 썩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격적으로 대학과 손잡고 우수인재 선점에 나서면서 경쟁사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다운턴에도 우수인재 몰렸다
13일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따르면 △고려대(SK하이닉스) △서강대(SK하이닉스) △성균관대(삼성전자) △연세대(삼성전자) △한양대(SK하이닉스) 등 5개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 2023학년도 정시모집 성적이 각 학교의 이공계열 학과 가운데 최상위권을 형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KAIST(삼성전자)는 입시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며, 포스텍(삼성전자)은 수시모집으로만 학생을 선발했다.


대학별 최종 등록자 기준 70% 커트라인에 해당하는 합격생들의 수능 백분위 점수 평균을 보면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백분위 95.33점으로 전 모집단위 중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고려대는 반도체공학과 97.67점으로 의예과 다음이지만 약학과(97.41점)보다도 성적이 높았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96점으로 의예, 약학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점수대를 차지했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도 자체 환산점수를 기준으로 의예, 약학에 이어 3위에 자리했다.

올해 반도체 계약학과 규모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지방에 있는 3개 과학기술원(광주·대구·울산)에 학·석사 통합 과정으로 운영되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기존 50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하면서 반도체 계약학과 규모는 기존 7개교 360명에서 10개교 510명 규모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입시에서도 반도체 계약학과가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입시를 통해 의약계열 다음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반도체 계약학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반도체 육성 정책이 올해 2년차를 맞이하면서 얼마나 가시화될 지와 기업들과 학교의 교육이 구체화되면 최상위 반도체 계약학의 입학선이 의약계열을 위협할 정도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어 "올해 반도체 경기 또한 학생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도 TSMC도 '인재난'에 동병상련
반도체 계약학과의 확대를 두고 업계에서는 거듭난 인력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인력난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대만과 미국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공통 숙제로 떠올랐다.

리우더인 TSMC 회장은 지난해 11월말 기업인 모임인 삼삼회 폐막식 연설에서 "대만의 '반도체 기적'을 만든 1960~1980년대생 이후 20여년간 이공계열 전공 학생수는 줄곧 줄어 현재 절정기의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산·관·학·연이 인재의 양성 및 투자를 진행함과 동시에 전 세계의 반도체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성과 역동성을 대만 사회가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학부 정원을 10%를 확충함과 동시에 반도체 인재의 대만 이주에 대한 문턱을 대폭 낮췄다.

'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패권을 쥐려는 미국도 인재가 발목을 잡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계는 2030년까지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 3만명과 숙련된 공정 기술자 9만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반도체 관련 학과는 학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칼 허슈만 로체스터공과대학(RIT) 마이크로일렉트로닉 엔지니어링 전공 책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기계공학과는 200명 규모인데 매년 우리 과에 등록하고 있는 학생은 20명에 불과하다"면서 "설령 학위를 받고 졸업해도 반도체 업계 대신 구글, 페이스북 등 테크 기업으로 취업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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