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할아버지 되시길"..80대 어르신, 100명에 희망 전하고 '천사'가 됐다

      2023.06.14 13:32   수정 : 2023.06.14 13: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평소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타의 귀감이 되어온 어르신이 이승에 머문 마지막 날 100명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눈을 감았다.

1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7일 충북대학교병원에서 박수남씨(80)가 100명의 환자들에게 인체조직기증을 한 뒤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뼈, 연골 등 100명에게 인체조직기증

인체조직기증은 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및 건, 심장판막, 혈관, 신경, 심장막 등 인체조직을 대가 없이 제공하는 것이다.

1명의 기증으로 최대 100여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증원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달 25일 자택 뒤뜰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평소 어려운 사람을 돕고, 모범을 보여온 고인이었기에 가족은 어린 손자들에게 존경받는 할아버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특히 고인은 2018년 장기기증희망을 등록하며 가족들에게 "삶의 끝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가고 싶다"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상에 천사가 있었다면, 아버지였을것" 아들, 유지 받들어 장기기증

고인의 아들 박종화씨는 "어릴 적 손해를 보더라도 참으라고 하시고, 본인도 남들에게 쓴소리 한 번을 안 하는 모습이 밉기도 했다"라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자식들이 혹여나 다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돼 더 죄송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천사가 있다면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착하기만 했던 아버지다. 하늘나라에서는 마음 편히 잘 지내시길 바란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이날 차지연 코디네이터는 "삶의 끝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소중한 생명 나눔의 가치를 실천해 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께 감사드린다"라며 "숭고한 생명 나눔의 결정이 아름답게 잘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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