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영화관객 수 부풀리기가 사실?"..K-콘텐츠 위상 기로에 서다

      2023.06.15 06:00   수정 : 2023.06.15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부 한국 영화의 관객 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에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관객 수 조작은 흥행 여부와 직결되는 '착시현상'을 줄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콘텐츠 소비자인 관객들을 기만한다는 점에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범죄행위라는 지적이다. 경찰 수사 결과, 관객 수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뛰어난 작품성과 흥행성 등 질적인 면에서나 한류 배우들의 세계영화제 잇단 수상으로 전세계적으로 높아진 k-한류의 위상을 갉아먹을 수 있고, 이는 곧바로 국내 영화산업계에 치명타로 작용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관객 수 조작은 '흥행 착시현상' 부추길 수도

15일 국내 영화계와 경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 3곳과 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키다리스튜디오 등 배급사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들 영화관과 배급사는 영화 관객 수를 부풀려 집계하는 방식으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경찰은 쇼박스가 배급한 '비상선언', 키다리스튜디오의 '뜨거운 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사극 등 모두 4편의 관객 수가 조작된 단서를 잡고 광범위한 증거 수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비상선언'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경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조작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경찰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인위적 관객 수 부풀리기?..경찰수사 주목
먼저 수사선상에 오른 영화 가운데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비상선언'이 있다.

지난해 8월 4일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새벽 시간에 메가박스 복수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비상선언'이 하나같이 매진되는 기이한 현상이 포착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해당 논란이 공유되면서 배급사나 영화사가 예매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관객 수 부풀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배급사 쇼박스는 "메가박스에서 심야 상영 이벤트를 앞두고 내부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심야 예매 이벤트 테스트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실시간 예매율 및 박스오피스 등 실제 데이터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실제 메가박스는 며칠후인 12~14일 사흘간 할인된 금액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심야 상영 이벤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사건은 지난해 8월 10일 다시 이슈로 불거졌다. 심야 예매 이벤트 테스트의 데이터가 정상 발권으로 간주돼 예매율과 박스오피스에 집계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상선언'의 개봉 이틀차 관객 수 순위가 실제 2위에서 1위로 잘못 집계됐다고 한다. 급기야 지난해 8월 18일 관객 수 재조정이 이뤄지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비상선언' 관련 의혹은 정치권에서도 다뤄졌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보름이 지나서야 (심야예매 이벤트 테스트) 취소 데이터가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반영됐다"며 "자본금이 넉넉한 배급사가 전국 규모 시사회나 할인 티켓 명목으로 영화표를 대량 구매해 자체 발권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관객 수를 늘리고 박스오피스 순위를 조정할 수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제작비 300억원을 들인 '비상선언'은 손익분기점 500만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관객수 205만명을 기록해 결국 흥행 참패했다.

■이 참에 유령 상영 의혹도 풀릴까
2021년 개봉작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관객없는 이른바 '유령 상영'으로 박스오피스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키다리스튜디오가 배급한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2021년 4월 28일 개봉 이후 한달여가 지난 5월 26일 박스오피스 순위가 24위까지 내려갔다. 문제는 이틀 뒤인 5월 28일 갑자기 4위까지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별다른 프로모션도 없이 기존 상영작 순위가 이틀 만에 20계단을 뛰어오르는 것은 거의 드문 일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자연스럽게 편법으로 관객 수를 늘렸다는 의혹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직전인 5월 27일에 150명이 본 영화가 같은 해 5월 28~31일 약 3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측정되면서 의혹은 더 커져만 갔고, 실제 상영이 이뤄지지 않았고 관객도 없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급기야 '유령 상영'이라는 말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배급사와 키다리이엔티와 영화관인 CGV 측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미 확보한 프로모션용 티켓을 제때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이외에도 다수 영화의 박스오피스 조작 정황을 잡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멀티플렉스사와 배급사 측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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