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누가 받나"...깐깐한 '우대기준'에 자산격차 도리어 확대 위기

      2023.06.16 05:00   수정 : 2023.06.16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경기 수원에 근무하는 직장인 홍씨(33)는 5년간 매월 70만원을 부으면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는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상세 기준을 살펴보니 자신이 넣게 되는 5년간 총 4200만원에 이자와 정부지원 800만원을 모두 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기본 금리로도 4% 내외를 받을 수 있고 적금 특성상 해지가 쉬워 가입은 할 작정이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도 컸다.


#2. 서울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유씨(32)는 전세대출에 약 5% 중반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급여이체, 카드실적 등 우대금리 요건을 다 채우고도 고금리에 부담이 되는데 "도약을 위한 계좌 금리가 5% 정도라면 사실상 제자리걸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반 상품보다는 나은 금리에 유씨 역시 우선 가입을 계획하고 있다.


청년층의 자산 도약을 돕기 위한 '청년도약계좌'의 차등 지원 기준이 소득을 중심으로 세워지며 '자산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우대금리 요건은 고객의 가처분소득을 활용한 은행의 '실적 쌓기'가 포함되며 "연이율 6~7%, 5년간 5000만원"의 캐치프레이즈가 적용되는 이들이 사실상 많지 않아서다. 물론 이를 감안하더라도 기존 예·적금보다 금리가 높아 "일단 가입은 하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정부의 본래 취지였던 '청년지원'에 다소 못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조건을 보면 기여금 매칭 비율을 최대로 가져갈 수 있는 소득구간은 연 소득 2400만원 이하의 19~34세 청년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은행에서 내건 우대금리 조건은 가입 후 3년간 △월 50만원 이상의 급여이체 △월별 10~20만원 수준의 카드실적 △공과금 자동이체 등으로 '소비를 통해 우대받는' 기존 대출 상품의 방식이 그대로 적용됐다.


단순계산으로 세금을 제하기 전 월 200만원의 소득을 받는 청년이 수백만원의 소비·이체 실적을 쌓아야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셈이다. 청년층 대출이 대폭 확대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미 타 은행의 우대금리를 같은 조건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추가적인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결과적으로 소득기준을 충족하는 저소득 청년은 추가적인 소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우대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 청년은 소득 기준을 벗어나며 '5년간 5000만원'을 꼭 맞출 수 있는 계층은 소수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그 소수마저 '저소득이면서 소비를 감당할 수 있는' 부모 자산 등을 갖춘 부유한 환경일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자산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예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기획재정부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4대 핵심과제를 발표하며 그 중 하나로 취약 청년에 대한 지원 확대를 발표했다. 기존 23조4000억원이었던 취약청년 지원 예산을 24조1000억원으로 늘리고, 청년 306만명에게 제공하는 '청년도약계좌'를 통해 목돈을 통한 자산형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5월 청년내일저축계좌에 이어 이번달 청년도약계좌 등 신사업이 출범하며 기존의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은 도리어 축소됐다. 연 7만명 수준이었던 내일채움공제 대상은 2만명으로, 기준도 50인 미만 소규모 건설업과 제조업으로 한정됐다. 지난해까지 청년이 300만원을 부담하면 기업 300만원, 정부 600만원을 밀도있게 보전하던 사업이 축소됐지만 대안으로 제시된 도약계좌를 통한 자산 형성이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자산격차를 메우기 위한 청년도약계좌의 실효성이 의심받는 가운데 생애주기 초기의 소득격차는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 일자리 행정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세전 월 소득은 563만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266만원)의 약 2.1배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보수 격차는 19세 이하 1.3배에서, 20대 초반(20~24세) 1.4배, 20대 후반(25~29세) 1.6배, 30대 초반 1.8배로 점차 심화되는 추세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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