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대시장 빗장 풀리나"...삼성·LG '버프' 받을까
2023.06.16 06:00
수정 : 2023.06.16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과 이란 양국관계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달러(약 9조원)의 동결 해제가 점쳐지면서 국내 전자업계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동·아프리카 신흥시장 공략 움직임에 맞물려 중동 최대 시장인 이란 시장의 빗장이 풀리게 되면 중동·아프리카 존재감 확대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이란 정부는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판매 대금 반환을 촉구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제품을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려 한·이란 관계가 경색된 바 있다.
중동 최대시장, 다시 빗장 풀리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2월말 뉴욕에서 미국과 이란 양측 고위 당국자들이 논의를 시작했으며, 이란 측은 미국의 인질 석방과 핵 프로그램 제한의 대가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다시 물밑에서 재개됐다는 소식에 국내 산업계는 중동 최대 시장의 빗장이 다시 풀릴까 주목하고 있다. 이란은 인구가 8500만명이 넘고 평균 나이가 31.2세로 낮은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또 향후 5년간 이란은 가처분소득 기준 5만달러(약 6389만원) 이상 부유층 인구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브랜드 제품 및 하이엔드급 제품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프리미엄 시장 선점에 나선 전자업체들에 있어 매력적이다.
2016년 경제 제재 해제 이전부터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란 프리미엄 가전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했으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현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 경제 제재 해제부터 2018년 제재 재개까지 한국은 이란 수입시장 점유율 6~7%를 기록하며 3위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8년 이후 점유율이 급감해 1%를 겨우 넘기며 12위를 기록 중이다. 양국의 교역액 규모 또한 2018년 63억8500만달러(약 8조1632억원)에서 2021년 1억8300만달러(약 2338억374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란서 역사 쓴 삼성·LG, 과거 영광 재연하나
업계 관계자는 "이란은 중동 최대의 시장으로 빗장이 다시 열리게 된다면 국내 전자업계는 이란 특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 등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상황에 대해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란에 각각 지사과 연락사무소를 두고 제재 이후 향후 시장 개방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면서 현지 시장 추이와 공급망 등을 예의주시 중이다.
삼성전자는 1990년 이란 테헤란에 지점을 세우고, 현지 파트너인 'HACO'와 손잡고 TV, 냉장고, 세탁기, 스마트폰 등 제품을 무기로 이란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유지해 왔다. 1989년 현지 전자유통업체인 '골드이란'과 손잡고 이란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는 지역특화형 에어컨과 전자레인지로 시장을 선도했다.
한편, 이란 시장이 다시 열리게 된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동 시장 공략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양사는 현지에 프리미엄 매장을 조성하고 맞춤형 제품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현재도 삼성과 LG의 제품들이 우회적으로 이란에서 유통된다"면서 "한국 기업들은 우수한 품질과 사회공헌으로 이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와 제재가 해제돼 정식적으로 무역이 이뤄진다면 전자업계를 넘어서 국내 전 산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