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천사의 섬 신안은 보랏빛 수국천국

      2023.06.16 04:00   수정 : 2023.06.17 17:40기사원문

【신안(전남)=정순민 기자】 수국은 여름을 알리는 꽃이다. 6월 중하순 꽃망울을 터뜨려 7~8월까지 오랜 기간 꽃이 피어 있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수국축제가 열린다.

부산에서 열리는 태종대 수국축제를 비롯해 울산 장생포 수국축제, 제주 휴애리 수국축제, 충남 태안 수국축제, 전남 해남 수국축제 등이다.

관내에 1000여개의 무·유인도가 있어 '1004섬'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에서도 수국축제가 열린다.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54.5㎞ 떨어져 있는 도초도에서 열리는 '배로 가는 섬수국축제'(16~25일)다. 원래 도초서초등학교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도초도 수국공원에는 15종 3만여주의 수국이 심어져 있어 지금 이곳은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또 같은 기간 도초도의 명물 간재미(가자미의 전남 방언)를 테마로 한 미식축제가 함께 열려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가 넘쳐난다. 주낙어법으로 잡아 싱싱한 신안 간재미는 식감이 좋아 간재미 무침, 찜, 매운탕 등으로 인기가 좋다.


■'자산어보' '슈룹' 촬영지가 있는 도초도

서울에서 1000리(약 392㎞)나 떨어져 있는 도초도는 최근 영화 '자산어보'와 드라마 '슈룹'으로 유명세를 탔다. 순조 1년(1800년),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1758~1816)과 청년 어부 창대의 이야기를 그린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가 이곳에서 촬영돼서다. 이 감독은 흑산도가 거리상으로 너무 먼 데다(도초도에서 뱃길로 40여㎞를 더 가야 한다), 도초도의 풍광이 영화를 찍기엔 더욱 안성맞춤해 이곳을 촬영지로 정했다고 한다.

도초도 발매리 바닷가 언덕 위에는 아직도 당시 영화를 찍었던 가거댁 초가집 세트가 남아 있다. 영화는 흑백으로 촬영됐지만 세트장에 도착하면 총천연색의 자연풍광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세트장 아래쪽으로는 가는게 해변이 펼쳐져 있고, 푸른 바다 저 너머로는 어슴푸레하게 작은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그중에는 실제로 정약전이 유배 생활을 했던 소흑산도(우이도)도 보인다.

영화 '자산어보'를 찍었던 이 세트장에서는 지난해 tvN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돼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슈룹'의 명장면도 촬영됐다. 세자시험 미션을 완수해 나중에 세자가 되는 성남대군에게 세자빈 청하가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세자빈은 바로 이곳에서 "근데 그쪽만 보면 (가슴이) 쿵쿵, 쿵쿵 뜁니다. 제가 좋아한다고요, 선비님을요"라는 '심쿵' 대사를 날린다. 여행객들이 꼭 카메라를 꺼내드는 인증샷 명소다.

'환상의 정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팽나무 10리길도 도초도에 왔다면 꼭 둘러봐야 할 곳이다. 도초면 지남리 일원에 약 4㎞에 걸쳐 조성된 팽나무 10리길에는 전국 각지에서 기증받은 수령 100년 안팎의 팽나무 700여그루가 폭 3m의 길 양쪽을 따라 길게 도열해 있어 장관을 이룬다. 또 그 아래로는 서로 빛깔이 다른 형형색색의 여름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 있어 눈을 황홀하게 한다. 이 길은 지난 2021년 산림청이 주관하는 '모범 도시 숲' 가로수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이세돌의 고향 비금도에는 ○○이 있다

도초도와 비금도는 지난 1996년 개통된 서남문대교로 연결돼 있어 같은 섬이나 마찬가지다. 도초도 쪽에 있는 선착장인 화도(火島)와 비금도 쪽에 있는 선착장인 수도(水島)가 서로 마주보고 있어 꼭 의좋은 형제 같다.

비금도는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결로 유명한 바둑기사 이세돌의 고향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세돌은 비금동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비금중학교에 다니다 중퇴한 뒤 프로기사의 길을 걸었다. 비금도 안에는 폐교된 옛 비금 대광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이세돌바둑기념관이 있어 바둑 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세돌의 고향 비금도의 3대 명소는 명사십리 해수욕장과 하트 해변 그리고 시조 염전이다. 이세돌바둑기념관 뒤편에 있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모래사장 길이가 무려 4.2㎞에 이르러 이런 이름이 붙었다. 국내에는 똑같은 이름의 해수욕장이 여럿 있지만 이곳의 규모를 보고나면 다른 명사십리 해수욕장들이 얼마나 과장된 것인지 비로소 알 수 있다. 이곳의 모래 입자는 밀가루처럼 곱고 가늘어 물에 젖으면 바닥이 시멘트 포장을 한 것처럼 단단해져 차를 가지고 해변을 달려도 바퀴가 빠지지 않을 정도다.

본래 이름이 '하누넘(하늘 너머라는 의미)'인 하트 해변은 고갯길에서 바라본 해변이 영락없는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 이렇게 불린다.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고갯길에는 전망대와 쉼터가 있어 환상적인 노을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기에 좋다. 지난 2006년 KBS 드라마 '봄의 왈츠'가 이곳에서 촬영되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비금도는 천일염으로도 유명하다. 섬에 발을 딛는 순간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광활한 염전이다.
비금도는 해방 후 민간이 최초로 천일염 생산에 성공한 섬이다. 1946년 비금도 주민들이 처음으로 천일염전을 조성한 곳이 바로 시조염전이다.
하지만 시조염전은 태양광 발전단지 조성 사업에 밀려 폐염될 위기에 놓여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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